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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담 | 브라스밴드 프로젝트 후기

모두가 행복할 수 있는 개발을 꿈꾸며 ‘일주일에 16시간만 일하기’



상당히 많은 개발자들이 ‘과부하’에 시달리며 일을 한다고 합니다. 그 ‘과부하’와 함께 길고 고된 근무 시간이 따라옵니다. 만약 일할 수 있는 시간이 1주일에 열여섯 시간밖에 주어지지 않는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시간이 이렇게 제한되어 있는데 무슨 일이나 할 수 있을까요? 그 불가능해 보이는 상상을 이뤄낸 자칭 브라스밴드 프로젝트를 만나보았습니다.



2007년 7월 3일



브라스 밴드 프로젝트
사진 왼쪽부터 이재호, 펭도, sjoonk, 김창준, 나부군 님


dW: 브라스 밴드 프로젝트는 어떻게 시작됐나요.
김창준: 오픈마루에 컨설팅을 몇 번 했고 어느 정도 신뢰가 쌓인 관계가 됐습니다. 오픈마루에서 새로운 시도, 그 중에서 외부로부터의 혁신을 조금 다른 형태로 시도해 보고 싶어 했고(http://blog.openmaru.com/81) 제게 제안을 했습니다. 몇 가지 조건이 맞지 않아 고민했는데 “일을 X시간 이하로 해도 되겠느냐”는 조건을 제시했고 그 조건이 받아들여져 시작을 했습니다.

dW: 확신이 있으셨나요?
김창준: 저로서도 이번 프로젝트가 하나의 실험이었습니다.

dW: 오픈마루에서 특별히 반대는 없었는지...
김창준: 신뢰 관계가 있었고 장기 프로젝트가 아니고 중간 검수도 있었기 때문에 오픈마루 입장에서는 실패에 대한 부담이 크지 않아 받아들여질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dW: 각자 프로젝트에 참여하신 동기를 말씀해 주세요.
이재호: 지난해 대안언어축제에서 알게 된 애자일 블로그에 올라온 구인 공고를 보고 지원했습니다. 전부터 생각해 오던 것을 제대로 경험해 보고 싶었습니다. 여담이지만 결정되기까지 2주일 정도 걸렸는데 '과연 할 수 있을까'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결국은 하게 됐고 많은 가치를 얻었습니다.
펭도: 제대 전 마지막 휴가를 나와 메신저에 '일자리 구해요'라고 써놓았더니 (웃음) 아는 분이 소개해 주셔서 지원을 했습니다. 제대 후 복학을 했기 때문에 종일 일을 할 수 없었는데 파트타임으로 일을 할 수 있어 조건이 좋았고, 새로운 웹 서비스를 만드는 데도 관심이 많았습니다.
sjoonk: 저는 재작년 말까지 금융기관 전산실에서 근무했고 지금은 유스풀패러다임이라는 회사를 설립해 운영하고 있습니다. 금융기관 전산실에 일할 당시 웹 서비스 개발을 해본 적도 있지만 주로 SI 프로젝트를 하면서 5년 동안 프로젝트 매니저를 맡아 일했습니다. 1년 이상의 장기 프로젝트도 했는데, 재미가 없어지더군요. 몇 달 전 책 두어 권을 번역했는데 그 일이 끝날 무렵 애자일 블로그에서 참 재미있는 구인 공고를 봤습니다. '이런 구인 공고가 나올 수도 있구나'할 정도로 신선한 느낌이었고 프로젝트 기간이나 근무 시간 등 다른 구인 공고에서는 볼 수 없는 색다른 면이 있어 시도해볼 만하겠다는 생각이 들어 지원했습니다.
나부군: 처음에는 떨어질 것 같았는데 지원할 때 제출해야 할 것들을 준비하는 것 자체가 제 자신에게 도움이 되겠더군요. 예전 같으면 지원을 못했을 텐데 지원 자체가 용기를 낸 것이었고 자신에게 가치가 있겠다고 생각을 했습니다. 기간이 얼마 남지 않아 준비를 많이 못한 상태에서 부랴부랴 지원을 했는데 지원 마감이 갑자기 연장이 되어버리더군요(웃음). 다행히 제가 처음으로 붙었는데, 기쁘기도 하고 잘 할 수 있을지 걱정도 됐습니다.

dW: 프로젝트는 어떤 식으로 진행됐나요.
김창준: 3월 2일 우리끼리 처음 인사를 했고, 3월 8일부터 오픈마루에 출근을 시작해, 4월 초에 중간 검수를, 5월 15일 프로젝트 최종 검수를 받고 프로젝트를 끝냈습니다. 프로젝트 시작부터, 무엇을 만들어야 하는가에 대한 밑그림은 없었고, 오픈마루에서 몇 가지 키워드만 잡아 둔 상태였습니다. 처음 1~2주 정도 사용자 리서치를 했고, 리서치가 끝나고 바로 구현에 들어갔습니다. 구현하면서 동시에 테스트를 시작했는데 처음에는 프로젝트 팀원들이 썼고 그 다음에는 오픈마루 사람들이, 나중에는 외부 사용자들과 그 사용자들이 초대한 사람들이 테스트를 했습니다.

dW: 프로젝트 목표는 처음부터 정해져 있었나요.
나부군: 원래는 해결해야 할 문제가 있었는데 사용자 리서치를 해보니 그런 문제가 크지 않다는 결과가 나왔고 새로운 방식의, 새로운 프로젝트가 시작됐습니다.
이재호: 그 부분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원래 목표로 했던 것이 사실 풀어야 할 문제가 아닌 것으로 밝혀졌는데도 억지로 그 방향으로 진행해야 한다면 프로젝트를 그만 두어야 하지 않을까 갈등을 했습니다. 그런데 프로젝트 방향이 전환됐고 잘 진행됐죠. 결국 웹 서비스라는 게 사람들을 더 행복하게 하는 방법을 컴퓨터에서 찾아내는 것이니까요.
김창준: 그 부분이 약간 문제가 됐습니다. 오픈마루에서 처음 생각했던 방향과 달랐으니까요. 최종 검수 때 나온 결과와 사용자 소감이 오픈마루 쪽에 설득이 됐습니다.

dW: 프로젝트가 기획자•개발자 역할 구분 없이 자급자족 형태로 진행됐다고 하던데 익숙하지 않은 일을 해야 하는 어려움은 없었나요.
나부군: 처음에는 김창준 님에게 많이 의존했습니다. 김창준 님이 방향을 이끌어줘야 한다고 생각했죠. 약간 두렵기도 했고 프로젝트 기간이 짧으니 하루라도 허투루 보내면 타격이 클 테니까요. 나중에는 김창준 님이 잠깐 자리를 비워도 그런 걱정이 없었고 재미있었습니다.
김창준: 지금 생각해 보면 우리한테는 필요가 없지만 다른 누군가에게 필요한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했다면 기획을 제대로 못했을 것 같습니다. 우선 우리 자신이 필요를 느끼는 상태였기 때문에 기획 경험이 적었지만 나름대로 잘 할 수 있었다는 생각이 드네요.
나부군: 저는 처음 해보는 것들이었는데 개발 과정에서 했던 활동들, 시나리오를 짠다거나 스토리를 그린다거나 하는 것들이 더 원활하게 일하는 데 도움이 됐습니다.

dW: 일과는 어떻게 진행됐나요.
나부군: 아침에 나오면 가장 먼저 그 날 할 일을 정하고 나서 일을 하고 마지막에 회고를 했습니다.
김창준: 1주일에 사흘을 일했는데 월요일에는 오후 4시간, 화요일은 오전 4시간, 목요일에는 하루 8시간, 모두 16시간을 일했구요. 말씀하신 대로 일을 시작하기 전에 앉아서 지난 번 만났을 때 이후로 그 날 오기까지 느꼈던 것들(주로 우리 서비스를 사용해 본 소감)을 공유하고 그 날 할 일들을 화이트보드에 정리한 후 어떤 일들을 먼저하고, 누가(두 사람이 한 조) 할 것인지 결정하고 일을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나서 끝나기 2~30분 전에 그 날 한 일이나 교훈이 무엇인지 정리했습니다. 그러다 문제가 하나 느껴졌는데 일하는 시간이 일반 직장인들과 다르다 보니 30분만 버려도 일반 직장인들이 보기에는 별 것 아니지만 굉장히 크게 느껴졌습니다. “오늘 30분 '씩이나' 허비했어”가 된 거죠. 그래서 4시간 일하더라도 중간마다 회고를 하기로 했고 정리를 하면서 일했습니다.
이재호: 작업을 어느 정도 진행하고 나서 도중에 한 번 욕심을 부린 적이 있습니다. 다들 너무 열심히 일을 했죠. 그런데 그게 좋은 영향을 미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이전의 평상심으로 빨리 돌아와 일정 시간 일을 한 후 잠깐 쉬면서, 얽매이거나 시야가 좁아지지 않도록 하는 노력을 의식적으로 했습니다. 자칫 슬럼프가 되어 약간 위험할 뻔 했던(?) 순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dW: 그런 적이 종종 있었나요.
sjoonk: 제 생각에 시간과 관련해 어려움을 겪었던 적은 프로젝트 종료 1주일 전이었습니다. 마지노선이 정해지니 해야 할 일에 대한 압박감이 느껴져 시간에 대한 제어를 못한 경우가 있었습니다. 그 때 김창준 님 제안으로 시간을 가장 중요한 가치로 삼아 시간을 제어할 수 있는 방안들을 만들었고 마지막 주에는 오히려 시간에 대한 부담이 줄었습니다.
김창준: 프로젝트 기간 2개월 동안 초과 근무, 즉 1주일에 열여섯 시간 이상 일한 횟수를 확인해 봤는데 열여덟 시간 일한 주가 한 번 있었고 그 이상 일한 적은 없었습니다. 많이 해봐야 30분 정도 더 일했구요.
이재호: 일반 회사에서는 두 시간 더 일한 것에 대해 별다른 점을 못 느꼈을 텐데 열여섯 시간 일을 하다 보니 그 두 시간이 굉장히 크게 느껴졌습니다.
나부군: 당시 시간이 초과됐던 게 진행 상황 확인 없이 각자 따로 계속 몰입이 되어버렸기 때문입니다. 한 번 모여 이야기 나누고 정리한 후 넘어가도 될 일들이 늘어져 버린 거죠. 그 전까지는 항상 그 날 가장 중요한 일을 골라 정해진 시간 안에 가장 가치를 얻을 수 있는 방향으로 해왔는데 몰입을 하다 보니 시간이 길어졌고 다른 방향이나 더 간단한 방법을 찾을 생각을 못한 거죠.
김창준: 일을 하면서 부정적으로 몰입을 할 때가 가장 위험합니다. 이를테면 '이게 왜 안 되지'하면서 계속 반복하다 시간을 보니 퇴근할 시간은 이미 지나 버렸고 그 때까지 쏟은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이 듭니다. 옆에서 다른 방식으로 하자고 해도 “다 된 것 같아요”라면서 그 방향으로 계속 생각을 하죠. 결국 지름길이 있어도 보지 못하고 크게 봤을 때 시간 투자 대비 가치가 없는 일을 손에서 놓지 못합니다. 만약 각자 그런 일에 하나씩 빠져 있으면 헤어 나오질 못하고 시간만 계속 가는 거죠.
나부군: 해결책은 오히려 간단했어요. 중간에 모여 진행 상황에 대해 이야기하는 거죠.
sjoonk: 한 시간에 한 번씩 “그만”하고 나서 각자 하는 일들을 확인하고 “뭐가 잘 안 되는데”하면서 몰입에서 빠져 나오는 거죠.
김창준: 짝 프로그래밍을 많이 했기 때문에 사람을 바꿔 가며 하기도 했습니다.
이재호: 각자 작업을 하더라도 하는 일을 공유해서 누군가 한 사람이 없을 때 그 사람을 대신할 필요가 있었죠.
김창준: 그리고 아까 역할 말씀을 하셨는데 전문성이 각자 달랐고 그래서 바꿔 가며 일하는 게 도움이 많이 됐습니다.

dW: 딴 짓 하고 싶은 본능은 어떻게 참으셨나요.
이재호, 나부군: 그런 본능이 생길 틈이 없었습니다.
나부군: 일하면서 이메일 확인해 볼 생각도 못했는데 일단 모이면 쉬는 시간 빼고는 같이 있고 짝 프로그래밍을 하기 때문에 일반 회사에서 일할 때처럼 막힐 때 2~30분 인터넷을 검색한다거나 집중력이 떨어졌다고 해서 “잠깐만요. 이메일 좀 확인하구요” 할 수 없으니까요(웃음). 그래서 여덟 시간 일한 날은 정말 피곤했습니다. 30분을 허비하면 타격이 컸던 이유도 30분 동안 할 수 있는 일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김창준: 30분이면 기능을 하나 붙일 수 있었죠.
펭도: 인터넷을 한 번도 안 쓰고 일한 적도 많았습니다.
dW: 개발하다 막히면 인터넷에서 찾아봐야 하잖아요. 그러다 간혹 샛길로 새기도 하구요.
나부군: 같이 찾기 때문에 샛길로 새는 경우는 없었습니다. 레일스로 개발을 했는데 가끔 검색을 하기도 했지만 오픈마루에 레일스 전문가들이 많아서 바로 물어볼 수 있었기 때문에 검색이 크게 필요하지는 않았습니다.
이재호: 검색으로 찾지 않으면 안 될 정도의 일에는 높은 순위를 두지 않았습니다. 기술적으로 어렵게 구현해야만 하는 게 시간 투자 대비 가치가 높지 않은 적이 많았습니다.
나부군: 부정적 몰입 상태에 빠졌을 때는 항상 검색이 많았죠. 일이 순조롭게 풀릴 때는 검색이 거의 없었구요.
김창준: 뭔가 막 찾아서 해야 할 때는 비슷한 효과를 주면서 더 간단한 방법을 찾아서 했습니다.
이재호: 아는 방법을 쓰든, 검색으로 찾은 방법을 쓰든 간에 실제로 중요했던 건 구현 후 피드백을 보고 그에 맞게 작업을 수정하면서 개선하는 것이었다고 생각합니다.

dW: 일과 후 시간은 어떻게 활용하셨나요.
김창준: 다섯 번에 걸쳐 다같이 '즐거운 경험(http://agile.egloos.com/3224741)'이란 걸 했습니다. 각자 개인적으로는 뭘 했죠?
이재호: 몸을 잘 움직이면 높은 에너지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운동을 했습니다. 정신적인 활동도 같이 했는데 잘 기억나지 않네요. 헤이리 같은 곳도 자주 놀러 다니고 승마도 알아봤는데 안타깝게 타지는 못했구요. 더 잘 먹고 영화도 많이 봤습니다. 지난 2년 동안 본 것보다 더 많이 봤네요.
dW: 그 에너지를 다시 일하는 데 쓰셨나요.
이재호: 아마도요. (웃음)
펭도: 저는 학부 3학년이라 학교에 다니면서 일을 했는데 16학점 듣는 게 힘들더군요. 김창준: 프로젝트 기간과 시험 기간이 겹치기도 했죠.
펭도: 심리학과인데 프로젝트 일과 학교 공부가 겹치는 게 없어 어렵기도 했구요.
김창준: 제 생각에는 16학점을 수강하면서 동시에 회사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했다는 게 경이로운 일입니다.
dW: 한 가지 일을 하다 다른 일로 넘어가기가 쉽지 않던데...
펭도: CSS 코드 짜다가 시험 공부하려니 좀 그렇더군요. 그런데 성적이 나와 봐야 정말 경이로웠는지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웃음)
sjoonk: 저는 브라스밴드 프로젝트 기간에 상당히 바빴습니다. 당시에 프로젝트를 세 가지 하고 있었어요. 시간을 나눠 브라스밴드 프로젝트에 4, 제 사무실 프로젝트에 4, 그리고 나머지 또 하나의 프로젝트에 2 정도 비중을 두고 일했습니다. 시간 내기가 어려웠습니다. 토요일, 일요일에도 계속 일을 했는데 일요일 하루는 브라스밴드 프로젝트를 위해 개인적인 준비 작업들, 기술을 연마한다든지, 했던 걸 리뷰한다든지 하는 데 썼습니다. 그 기간 동안에는 빠듯하게 움직였죠.
dW: 1주일을 꽉꽉 채워 쓰셨군요.
이재호: 스트레스는 없으셨나요?
sjoonk: 늘 그러니까요. (웃음)
나부군: 저는 블로그에 썼던 것처럼(http://agile.egloos.com/3265456) 일렉 기타도 배우고 마라톤 대회도 준비하고 번역 시작하고 erlang 스터디 모임도 참가하고 여행도 다녔습니다.
김창준: 사람들이 여유 시간 없이 살 때는 '한두 시간 정도 멍하니 있을 수 있는 여유 시간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생기면 그 시간에 뭔가를 채워 넣으려고 하고 결국 다시 바쁜 상태가 됩니다. 그걸 자기가 제어할 수 있기까지 기술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저도 그렇게 되기까지 고생을 했구요.
이재호: 제 경우에는 일이 너무 바쁘면 그걸 풀기 위해 오히려 더 열심히 다른 걸 하려하고 일이 없으면 아무것도 안 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번 프로젝트에서는 그 중간 정도 상태였던 것 같습니다.
김창준: 저는 일이 끝나면 아기를 봤습니다.
이재호: 가끔 아침에 사색이 되어 오셨던 날이 있었죠.
김창준: 야근이 아니라 아기 보느라 두 시간밖에 못 잔 날이었죠. (웃음) 켄트 벡에게 우리가 하는 일에 대해 이야기했는데 켄트 벡이 “업무 시간이 줄어든 대신 다른 시간에 대한 책임이 늘어난 것이고 개발자로서의 책임을 넘어서서 -- 예를 들어, 내 일은 개발이고, 나는 1주일에 이렇게나 많이 일을 하고, 돈 버는 게 내 책임이야, 다른 건 없어 -- 온전한 인간으로서의 책임을 더 갖게 되는 것이며, 예컨대 아버지로서 더 책임을 져야 한다”고 하더군요.

dW: 프로젝트를 하면서 '유레카'와 같았다거나 보람을 느낀 순간이 있었다면...
김창준: 기능을 안 넣었는데 새 기능이 저절로 생겼던 경우가 인상적이었습니다.
나부군: 최소한의 노력으로 최대한의 효과를 얻었죠. 복잡한 시스템을 구현하지 않고도 사회적인 방법을 이용해 필요한 기능을 대신했던 경우가 있었으니까요.
김창준: 앞으로 필요한 기능이라도 그 때 가면 다른 게 생길 수 있으므로 현재 필요한 것을 우선 하자는 생각이었죠.
나부군: 저는 전에는 생각도 못해본 방식으로 일하고 있는데 그걸 자연스럽게 느끼고 있고 대단한 사람들과 하루하루가 참 대단한데 그게 제 일상이 됐다는 데 놀랐던 적이 있습니다. 그리고 최종 검수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을 때 스스로 자랑스러웠습니다.
김창준: 보람을 느꼈던 기억이 또 하나 있습니다. 짧은 테스트 기간 중에 사용자에게 큰 가치를 주는 것은 사실 달성하기 어려운 일인데 테스트에 참여한 사용자들로부터 '가슴이 따뜻해지는 서비스' 같은 좋은 평가를 얻었을 때 보람을 많이 느꼈습니다.
sjoonk: 저도 많은 프로그램과 서비스를 만들어 봤지만 그런 말을 들어본 적은 없어서 인상적이었습니다.
이재호: 중독되어도 괜찮은 서비스죠.
나부군: 시간을 투자할수록 허무한 게 아니라 돌아보면 뭔가 남는 서비스를 만들려고 했으니까요.
김창준: 투자한 시간이 자기 삶에 변화를 일으킬 수 있어야 하구요.
펭도: 인터넷만 쓰는 게 아니라 책도 읽고 다른 활동을 하는 사람들이 지식수준이 높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고 하는데요. 인터넷만 쓰는 사람들은 특정 한두 가지 서비스만 쓰는 성향이 있는 반면 이 서비스를 테스트한 사용자들은 이 서비스만 쓸 수 없게 되어 있고 그래서 더 가치가 있는 것 같습니다.

dW: 쉽게 잊을 수 없는 경험을 하셨는데 그 이전의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이재호: 저는 이번 프로젝트의 '후폭풍'을 느끼고 있습니다(웃음). 전에도 이렇게 일을 하고 싶었는데 못했다가 했으니 '이제 어떡하지' 하는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크게 걱정을 하지는 않습니다. 이 프로젝트를 하면서 얻은 가치 중에 용기라는 것이 있었거든요. 또 다른 후폭풍 중 하나는 일을 고를 때 더 까다로워졌다는 점입니다.
dW: 단순히 보수나 조건만 보지 않는다는 말씀인가요.
이재호: 평소에 “조건과 보수만 맞으면 지구 끝까지 갑니다”라고 말하곤 했는데(웃음) 지구 끝까지 가보니(?) 별로 좋은 게 없었습니다. 이게 아니다 싶더군요.
김창준: 나부군 님 친구 분이 이 프로젝트 이야기를 듣고 부러워하다 자신이 할 수 있는 정시 출퇴근을 시작했다고 합니다. 해보니 일을 제 시간에 더 일찍 끝낼 수 있었고 회사의 동료들도 그걸 따라하면서 정시 출퇴근을 하게 됐다고 합니다.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사회적 확산의 가능성이 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리고 아이디어가 하나 있는데 새로운 방식으로 일을 해보고 싶은 사람들의 모임을 만들어 정기적으로 모여 이야기를 나눈다거나 하는 일들을 해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이재호: 지금은 개발자들 간의 응집력이 약한데 이런 움직임이 정착될 수 있다면 의기소침한 개발자들이 권익을 찾을 수 있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dW: 창업을 하신 sjoonk 님도 이번 프로젝트에서 받은 영감이 있으실 것 같습니다.
sjoonk: 많이 있죠. 제 경우에는 경력이 좀 다양합니다. 정부 부서에서 IT 정책 기획을 하기도 했고 프로젝트 매니저나 비즈니스 솔루션 사업 기획도 했구요. 나름대로 다양한 시각이나 방법을 봐왔지만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제 도구통에 새로운 도구를 넣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펭도: 저는 개인적으로 준비중인 사업(http://a10studio.org/blog/)에 이번에 배운 것들을 적용하고 있습니다. 가장 가치 있는 일을 선택해 바로 결과를 얻는 걸 실천하고 있습니다. 프로그램 개발이 아니더라도 많은 도움이 됩니다.
이재호: 이번 프로젝트의 철학이나 방법론들과 비슷한 내용이 다른 영역에도 쓰이는 걸 발견한 적이 있습니다. 2인 1조로 운동을 하고 결과를 기록하고 회고를 하는 프로그램이었습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사회적으로 IT 이외의 분야에도 확산될 수 있고 더 행복하게 사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sjoonk: 현실 세계의 CEO들은 이 시스템을 도입하지 못할 겁니다. 2002년에 미국에 가서 두 달 동안 프로젝트를 하면서 현지 회사 직원들이 열 시 출근, 네 시 퇴근을 하는 것을 보고 충격을 받은 적이 있는데 이 프로젝트는 그보다 더 파격적이니까요.
김창준: 이런 방식으로 일하는 프리 에이전트들이 많아질 거라고 생각합니다. 열여섯 시간으로 변하는 것은 극단적인 면이 있어 회사에서 받아들여질지는 확실하지는 않지만 1주일에 나흘 일하는 회사를 본 적은 있습니다. 그리고 열여섯 시간이라는 숫자보다는, 과로하지 않으면서 일을 했다는 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그리고 단순히 적게 일하는 것으로는 충분하지 않고 일하는 사람들이 열정이 있고 공동의 목표가 있어야 하구요.

dW: 앞으로 계획에 대해 말씀해 주세요.
김창준: 아까 이야기했던 클럽을 만들고 싶고 사회적으로 확산이 더 됐으면 좋겠습니다. 이를테면 현재 노동의 미덕이 지나치게 강요되는 사회, 즉 고생을 하지 않고 뭔가를 얻으면 잘못된 것이라는 생각이 일반적인 사회에 살고 있는데 즐겁게 살면서도 삶의 질을 포기하지 않을 수 있다는 생각을 퍼뜨리고 싶습니다.
나부군: 제 자신에 대한 확신을 더 얻고 싶습니다. 제 스스로 행복해야 남을 위할 수 있으니까요.
sjoonk: 무엇보다도 제 사업을 정상궤도에 올려놓는 일이 우선이죠. 이번 프로젝트에서 느낀 점이 있다면 성공을 바라보는 각도가 조금 달라졌습니다. 전에는 결과를 보고 판단했는데 이번 프로젝트를 하면서 무엇을 했고 무엇을 배웠는지가 상당히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아마 앞으로 제가 사업을 일궈 나가는데에도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펭도: 얼마 전 애자일 블로그에 인용된 김수근의 건축에 관한 글에서 '설계도 바뀌어야 한다'는 내용을 읽고 충격을 받았습니다. 이번 프로젝트도 그 글과 같은 면이 있었고 앞으로도 그런 식으로 계속 발전해 가야 한다는 점이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이재호: 브라스밴드라는 이름에 대해 생각을 해봤습니다. 진짜 밴드를 조직한다면 각자 개성이 독특한 연주자들이 하나의 목표를 보고 연주를 하는데 물론 갈등도 있지만 어떻게 해서든 꾸려가게 됩니다. 밴드 모델을 적용해 일을 해나간다면 흥미로운 것을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전에 즐거운 경험에서 비트박스를 했던 것처럼 연주자들이 각자 프레이즈를 만들어 5분 이내 곡으로 구성을 시도한 적이 있는데 실제로 곡이 됐고 듣는 사람들도 공감을 했습니다. 그 광경을 보고 우리가 원하는 것은 실은 대단한 것이 아니라 단순한 것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앞으로 여러 가지 실험들을 더 해봐야겠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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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스밴드 프로젝트 팀원 소개(가나다 순)
* 김창준: 현재 애자일컨설팅 대표로 있으며 주로 소프트웨어 개발 조직의 생산성과 인간성 모두를 증진하기 위해 컨설팅, 코칭, 교육 등을 하고 있다. 애자일이야기라는 블로그를 운영중이다.

* 나부군: 애자일컨설팅에서 현재 여러 회사에 컨설팅과 교육을 하고 있으며, 적은 시간동안 큰 가치를 뽑아낼 수 있는 일에 관심을 가지고 실험중이다.

* Sjoonk: 현 유스풀패러다임 대표로 웹2.0 기반의 소프트웨어 개발, 컨설팅을 하고 있다. ‘레일스레시피’, ‘레일스와 함께하는 애자일 웹 개발’(공역)을 번역했다.

* 이재호: 프리랜서. LG, 삼성, SK, 청와대 등 관공서, 금융, 보험 기관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다양한 사람과 일 사이에서 패턴을 관찰하는 것을 좋아한다. 최근 디지털케이블 TV광고 플룻 세션비가 나오면 북한산 관악기를 지르려구 벼르는 재규어 타입의 음악가. 은하무적가극단 나팔수로 주말이면 놀이터나 시민공원 편의점 등지에서 게릴라 거리 공연을 하고 있다.

* 펭도: 성균관대 심리학과 3학년에 재학중이다. A10studio(a10studio.org) 크리에이터이고 주요 작품으로는 청소년웹진 Ch.10, 청소년선거권운동 낮추자, B10GMARK(b10gmark.com) 캠페인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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