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피지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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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준 juneaftn@hanmail.net
현재 애자일컨설팅 대표로 있으며 주로 소프트웨어 개발 조직의 생산성과 인간성 모두를 증진하기 위해 컨설팅, 코칭, 교육 등을 하고 있다. 애자일이야기라는 블로그를 운영중이다.
2009년 10월 27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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知彼知己 百戰不殆(지피지기 백전불태) 상대를 알고 자신을 안다면 백번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 --손자병법
이번 글을 읽기 전에 먼저 간단히 회상을 해보자. 이제까지 일해오면서 가장 협업하고 소통하기 어려웠던 사람을 떠올려보자. 그 사람은 나와 어떤 차이가 있었나? 그 점을 기억하면서 글을 읽어보자. 글을 다 읽고 나면 그 사람과 자신에 대해 새로운 느낌이 들지도 모르겠다.
필자는 통상 코칭이나 컨설팅 계약 전, 또는 계약 직후에 몇 가지 사전 조사를 한다. 조사 방법은 다양한데, 이메일/면대면 인터뷰, 설문조사, 사회연결망 분석, 소스코드 분석, 문화인류학적 관찰기법, 성격 및 인지 유형 검사, 집단 회고, 프로젝트 고고학 등을 사용할 수 있다. 모든 경우에 이런 조사를 다 하지는 않고 필요에 따라 어떤 종류의 조사를 얼마나 할지를 정한다.
왜 이런 조사를 할까? 정보를 수집하기 위해서다. 어떤 목적으로? 과연 이 조직을 변화시킬 수 있을지 가늠하기 위해서이기도 하고(불가능하다는 생각이 들면 계약하지 않는다), 어떤 식으로 또 어디부터 접근하는 것이 좋을지 힌트를 얻기 위해서이기도 하다.
필자가 사용하는 조사 방법 상당수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조직에도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사람과 조직을 이해하는 방법들인데, 소프트웨어 개발 조직에도 사람과 조직을 이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여기에서 사람과 조직은 고객이나 경쟁사를 비롯해 동료, 상사, 팀, 전체 조직 모두를 포함할 수 있다.
모두 잘할 수만 있다면 강력한 힘을 발휘하지만, 특히 이 글에서는 인지 유형 검사를 소개해 보려고 한다(다른 조사 방법은 기회가 되는대로 필자의 블로그에 차차 소개하겠다).
두 사람 이야기
이제부터 두 사람을 묘사해 보겠다. 주변에서 그 설명과 가장 근접한 사람을 떠올리면서 읽어보자.
A는 현재 조직과 시스템의 틀을 깨지 않으면서 효율을 높이는 방법을 찾는다. 조직에서 일반적으로 받아들이는 의견이 있다면 그것을 쉽게 따르며 어긋나지 않으려고 한다. 아이디어를 많이 내지는 않지만 내기만 한다면 적절하고 창의적이며 충분히 받아들일 수 있는 아이디어를 낸다. 그리고 그 아이디어를 효과적으로 구현해 내는 데에 자신감이 있다. A는 구조가 좀 더 잘 갖추어진 조직에서 꼼꼼하게 일하기를 선호하며, 반대로 예상 못한 변화가 생길 경우 기존 역할을 재설정하는 데에 어려움을 겪는다. 회의에서 중론이 자신의 의견과 다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느끼면? 일단 그 중론을 수용하거나 자기 의견을 거기에 맞추거나 점진적으로 개선하려고 노력한다. A의 키워드는 "더 나은"(better)이다.
I는 위험을 감수하면서 틀을 깨는 새로운 방법을 찾는다. 조직에서 일반적으로 받아들이는 의견을 거부하기도 하며 아예 문제 자체를 재정의하려고 한다. 따라서 사람들이 그의 의견을 쉽게 수용하지 않는 편이고 또 외롭게 느낄 수 있다. 아이디어를 상당히 많이 내는데 일부는 적절해 보이지 않고 적용 가능할 것 같지도 않다. 구조가 유연한 조직에서 큰 그림을 보고 일하기를 선호하며, 현 조직 구조 내에서 변화를 다루는 데에 곤란을 겪는다. 회의에서 중론이 자신의 의견과 다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느끼면? 즉각 자신의 의견을 표명하고 반대한다. I의 키워드는 "색다른"(different)이다.
머리 속에 두 사람을 떠올렸는가? 자신은 어느 쪽에 가까운가? 자신은 둘 중 누구와 함께 일하는 데에 어려움을 겪었는가? 그 사람은 당신을 어떻게 생각할까? 당신은 그 사람을 어떻게 평가하는가?
A는 I를 보고 비실용적이고, 위험하며, 기존 체계를 위협하고, 불화합을 불러 일으키며, 불편한 사람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반대로 I는 A를 보고 어떻게 생각할까? I는 A가 너무 안전한 길로만 다니고 모험을 하지 않으며, 답답하고, 유연성이 없고, 애매함을 견딜 수 없으며, 별로 독창적이지도 않은 사람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KAI 지수
사실 대다수 사람은 A나 I 양극단 중 어느 하나에 속한다기보다 그 사이 어딘가에 위치할 것이다. 이제 가정해보자. 이론적으로 나올 수 있는 가장 극단적인 A가 32라고 보고, 가장 극단적인 I가 160이라고 보자. 우리는 32와 160 사이의 어느 숫자를 갖는다. 그 숫자가 자신의 KAI 지수다. 160에 가까우면 I 성향이 강한 것이고, 32에 가까우면 A 성향이 강한 것이다. 실제로 다양한 사람의 KAI 지수를 측정해 평균을 내어보면 약 95가 된다. 그리고 표준편차는 대략 17 정도 된다. 그 분포는 정규분포를 따른다. 이 KAI 지수의 특징 한 가지는 문화권에 큰 상관없이 평균과 표준편차가 일정하다는 것이다. 참고로, 직업별 평균을 내어보면 은행원은 91, 간호사가 92, R&D 전문가가 101, 마케팅이 106, 기획이 110이다. 프로그래머의 평균도 있는데 말 안 하련다(인구 평균보다는 높다).

정규 분포 곡선: σ는 표준편차, μ는 평균 (출처는 위키백과사전)
95에서 17을 더하면 112가 되고 17을 빼면 78이 되는데, 78과 112 사이에 전체 인구의 약 68%가 놓인다. 자신이 μ+2σ, 즉 95+2*17=129를 넘는다면 인구의 약 2% 내에 속하는 혁신형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100명 중 2명 정도만이 자신보다 KAI 점수가 높을 거라는 이야기다.
KAI는 커튼 적응-혁신 이론(Kirton Adaption-Innovation)을 일컫는다. 앞서 소개한 두 사람 중 A는 적응형(adaptor)이고, I는 혁신형(innovator)이다. KAI는 어떤 사람이 문제를 어떤 스타일로 해결하는가, 또 어떤 방식의 창의성을 선호하는지 측정한다. 이 이론에 대해 비판이 없는 것은 아니나(별 비판이 없는 이론은 매력이 없거나 아직 알려지지 않았거나 둘 중 하나라고 보면 된다) 적어도 연구 논문 수백 건에서 수 천 명이 넘는 사람을 연구, 조사했고(구글 논문 검색에서 검색하면 1700건이 넘는 논문이 검색된다) 그 결과 이론적인 면, 실용적인 면 모두에서 상당한 권위가 있는 이론이다. KAI 지수는 객관식 질문 33개에 답하는 것으로 측정할 수 있다. 일견 간단해 보이지만 타당성(validity)이 매우 높은 것으로 인정받고 있다.
레벨과 스타일의 구분
KAI의 핵심 한 가지는 레벨과 스타일의 구분이다. 창의성을 이야기한다면 레벨은 얼마나 창의적인지를 말한다. 스타일은 어떻게 창의적인지를 말한다. KAI는 스타일만 측정한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많은 창의성 지수는 IQ와 상관성이 높다. 하지만 KAI는 IQ와의 상관성이 0에 가깝다. 그래서 "스타일"을 측정한다고 주장할 수 있다. 따라서 대다수의 직관과는 달리 KAI 점수가 매우 높다고 해서 창의성이 높거나 문제 해결력이 높거나 한 것은 아니다. 사실 어떤 점수에 대해서든 "더 낫다"라고 말할 수 없다. A이면서도 창의적인 사람이 있고, I이면서도 창의적인 사람이 있다. 다만 그 스타일이 다른 것이다.
그리고 KAI에서는 이 지수가 쉽게 바뀌지 않는다고 말한다(검사-재검사 신뢰도가 높다고 한다). 연구에 따르면 경험이 쌓이고 지식이 많아지면 더 창의적이 될 수는 있으나 어떤 방식을 더 선호하는지는 잘 바뀌지 않는다. 예를 들면 창의성 훈련을 받은 후에 KAI 지수가 별 변화가 없으며 고등학생, 대학생, 직장인, 매니저 등이 KAI 점수를 측정한 후 짧게는 5개월 길게는 43개월 후에 재측정했을 때에 큰 변화가 없었다(상관성은 0.82에서 0.86 사이였고, 매니저의 경우 3년 후에 재측정했을 때 평균 0.15점의 변화만 있었다).
하지만 일시적인 행동은 바뀔 수 있다. 스타일은 선호에 대한 것이다. 인간은 자기가 싫어하는 일을 할 수 있는 놀라운 능력을 갖고 있다. 물론 스트레스를 많이 받을 것이다. KAI에서 A에 가까운 사람이 I적인 행동을 할 수 있다. 비교적 짧은 기간 동안, 그리고 비일관적으로 가능하다. 하지만 긴 기간 동안 일관된 모습으로 자신과 다른 스타일을 남에게 보이기는 굉장히 어렵다고 한다.
두 사람일 때
KAI 이론은 한 사람에게 적용해 볼 때보다 두 사람 이상에게 적용할 때에 빛을 발한다. 두 사람일 경우 KAI 이론에서 어떤 이야기를 하는지 들어보자.
두 사람간의 KAI 지수가 10점 이하 차이면 서로 스타일 차이를 느끼기 어렵다고 한다. 차이가 10점에서 20점 사이면 비슷하다고 느끼지만 분명 차이를 느낀다. 그런데 문제는 20점을 넘어서면서부터다. 인지적 간극(cognitive gap)이 존재한다고 말한다. 같이 일하기에 답답하고 뭔가 장단이 안 맞는 것이다. 그런데 이 KAI는 상대적이라서 내가 95점일 때 75점 이하를 만나면 그 사람이 꽉 막힌 사람 같지만, 반대로 115점 이상을 만나면 오히려 내가 꽉 막힌 사람으로 보인다.
그래서 일반적으로 KAI 점수가 비슷한 사람끼리 모여 문제를 해결하면 그 성공율이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문제 자체를 푸는 데 드는 시간보다 서로 시각을 조율하고 의사소통을 하는 데에 에너지가 더 든다면 아무래도 불리한 조건이 될 것이다. 필자는 교육 중에 전체 인원을 A형과 I형 둘로 나눠 실험한다. 같은 형끼리 너댓 명이 그룹을 이루게 한 후, 마인드맵을 그리게 하거나, 또는 "수중에 2000원밖에 없는데 배가 몹시 고프다" 같은 문제를 풀게 한다. 결과를 벽에 붙여놓고 보면 참 재미있다. 차이가 확연하게 드러나기 때문이다. I가 그린 마인드맵은 일단 한 눈에 잘 안들어온다. 너무 많은 내용 때문에 어지럽고 글도 간략하게 적어놔서 읽어봐야 잘 모르겠다. A는 반대로 정해진 주제 안에서 정리된 마인드맵을 그리고 읽어보기 쉽게 써놓는다. 또 2000원으로 너댓 명 배채우기에 대해 I가 배를 채우는 방법은 실로 다양하다. 실용성이 없는 것도 많다. A는 정답을 찾으려고 하는 것 같다.
내가 누구랑 일할지 선택권이 있다면야 상관이 없겠으나 그렇지 못하다면? 기본적으로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대처 행동(coping behavior)이라는 것을 하거나 연결자(bridger)를 찾는 것이다.
대처 행동은 자기의 선호와 반대 행동을 일시적으로 하는 것을 말한다. 환경이 적절하면 그런 행동을 할 동기가 많아질 수도 있고, 또 하다 보면 기술이나 테크닉이 생길 수도 있다. 하지만 본질적으로 노력이 많이 들기 때문에 큰 간극에 대해(KAI 점수 차이가 많이 나는 행동을) 오랫동안 지속하기는 쉽지 않다.
두 번째는 연결자를 찾는 것인데, 인지적 간극을 느끼기 시작하는 것이 20점 차이부터라는 점을 역이용하는 전략이다. 두 사람 사이에 평균 점수 정도 되는 사람을 끼워넣는 것이다. 내가 95이고 상대가 125라면 30점 차이이므로 인지적 간극으로 함께 일하는 데에 어려움이 있다. 그때 110인 사람이 들어와서 셋이 함께 일한다면? 그리고 그 110인 사람이 다리 역할(예컨대 통역을 해준다든지)을 잘 해줄 수 있다면? 그럼 나와 상대는 30점 차이이지만 연결자를 통하면 15점 차이밖에 나지 않는다. 그래서 인지적 간극이 사라진다. 이 때 중요한 것은 연결자에게 충분한 동기와 사회적 기술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사실 이 두 가지 외에도 하나가 더 있다. 다양성에 대한 훈련이다. 예를 들면 KAI를 교육받은 팀은 문제 해결 능력이 더 향상된다. 상대와 차이를 오히려 강점으로 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집단에서 KAI
사람 수가 두 명보다 많아지면 KAI는 더 재미있어진다. 집단의 KAI 점수라는 것이 있을까? KAI에서는 분위기(climate)라는 표현을 쓴다. 우리 회사의 KAI 분위기가 있다. 이 분위기라는 것은 사람 숫자와 힘에 의해 결정된다. 예를 들어 I인 사람이 80%라면? 그 조직은 I 분위기를 갖게 되고, A들은 마이너리티라고 느끼며 스트레스를 받는다(반대로 A가 많으면 I들이 스트레스를 받고 대처 행동을 강구한다). 숫자만 중요한 것이 아니다. 힘도 중요하다. 예를 들어 사장님이 엄청난 A라면? 그러면 한 사람에 불과하지만 전체 분위기는 A쪽으로 기울 것이다. 하지만 출발이 어떻든지 간에 결국 모든 조직은 점차 I를 (가장 극단적인 I부터) 축출해 나가는 경향이 있다.
집단 두 개 있다면? 그 때에도 KAI를 적용해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각 팀의 KAI 평균을 냈다고 치자. 두 팀 간 KAI 평균이 5점 이상 차이가 나면 인지적 간극을 느낀다고 한다. 개인끼리일 때보다 작은 점수 차이로 인지적 간극을 느끼는 셈이다.
자, 여기까지 오면 궁금한 점이 하나 생길 것이다. 같은 스타일끼리 모여 일하는 것이 좋은가 아니면 섞이는 것이 좋은가. 이상적으로는 섞이는 것이 좋다. A와 I는 장단점이 정확하게 반대다. 어떤 문제를 A가 잘 해결한다면 I는 해결하기 어려워하고, I가 잘 해결하는 문제는 A에게는 어렵다. 실험실에서야 모르겠지만 실세계에서 만나는 문제는 정말 다양하다. 또한 문제 하나 하나가 모두 복잡해서 다양한 면을 동시에 갖추고 있다. 즉, 실세계에서는 I와 A 모두가 필요하다(사이버네틱스의 선구자 중 하나인 애쉬비는 이를 "필수 다양성의 법칙"이라고 했다).
예를 들어 문제를 찾고 아이디어를 쏟아내는 일은 I가 잘할 수 있고, 아이디어를 선정하고 그것을 현실화하면서 부딪히는 문제를 하나씩 해결해 나가는 데에는 A가 유리할 수 있다. 하지만 분명 A와 I의 차이 때문에 스트레스가 발생하고 에너지가 소비된다. 그래서 매니저와 리더의 역할이 중요하다. 이 사람들에게 제 역할을 못해주면 차라리 A나 I끼리 모아 두는 것이 나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조직은 어느 순간 자신이 해결하기 힘든 위기가 찾아오고, 그 위기 앞에서 순식간에 무너질 수 있다.
KAI 활용하기
이제 KAI에 대한 지식을 활용하는 구체적 예를 몇 가지 살펴보겠다.
우선, 다른 사람과 또는 팀과 소통과 협력이 잘 안 된다면 그 쪽의 KAI는 어떨지 상상해보라. 그리고 그 스타일이 현재 문제 해결에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는지 생각해 보고 연결자를 찾거나 일시적인 대처 행동을 강구해 보라.
또 자신의 KAI를 알고(테스트할 수 있다면 한 번 해보기를 권한다), 어떤 조직이나 그룹에 갈지 의식적으로 결정할 수 있다. 이때 두 가지 선택이 있다. 예컨대 자기가 강한 I라면, 역시 분위기가 I인 곳에 가면 환영을 받고 또 편안할 수 있다. 하지만 유유상종 전략과는 반대로 I인 사람이 분위기가 A인 곳에 갈 수 있다. 처음에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을 것이다. 하지만 여왕벌이 될 수도 있다. A가 주류인 곳에서는 I가 왕이 될 수 있다(왜냐하면 자기들이 못하는 일을 해주는 사람이 왔으므로). 다만, I가 자리할 수 있는 빈틈(니시 niche)을 찾고, 이 사람들과 부드럽게 협력/소통할 수 있는 기술을 가질 수만 있어야 한다(거꾸로, I가 주류인 곳에서는 A가 스타가 될 수도 있으니 A들이여, 억울해하지 말자).
또 I 쪽에 가까운 사람일수록 신기술에 더 호의적이며 신기술 도입 후 만족도가 더 높다는 연구가 있다[1][2]. 일반적으로 R&D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KAI 지수가 높다. I에 가까운 사람들을 신기술을 탐색하고 도입하는 쪽에 배치하면 만족도가 높고 강점을 발휘할 것이다. 반대로 A에 가까운 사람들은 현재 당면한 문제들을 해결하는 능력이 뛰어나므로 유지보수 업무에 만족을 느끼기 쉽다. 이렇게 일에도 A 성향, I 성향 일이 있다. 자신의 KAI 성향과 일의 성향을 맞출 수 있다(이게 맞지 않을 경우 개발자들의 스트레스 수준이 높아지고 업무 능력에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가 있다[3]).
사용자와 분석가(analyst)의 KAI 점수가 비슷할 경우 제품 사용 후 사용자 만족도가 더 높아진다는 연구가 있고[4][5], 사용자가 I 성향이냐 A 성향이냐에 따라 시스템 사용 방식(예: 검색 방식 등)도 다르다는 연구가 있다[6]. 우리 제품, 서비스의 핵심 타깃이 누구냐에 따라 그걸 만드는 사람들의 성향도 어느 정도 조정하면 유리할 것이다.
의사소통, 설득을 할 때에도 도움이 된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소개할 때 A형의 사람/조직에게는 "기존 틀을 깨지 않으면서 더 낫다"라는 점을 강조하고, I형의 사람/조직에게는 "혁신적이고 새로우며 남들과 다르다"라는 점을 강조하면 설득이 쉬울 것이다.

마지막으로 변화 도입의 예로 글을 맺겠다. 바로 직전에 든 예와 연결된다. 예전에 필자는 조직 코칭을 할 때 변화를 가장 거부하는 사람들과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다. 그 조직에서 내게 돈을 지불하는 이유가 가장 어려운 문제(즉, 가장 변화하기 힘든 사람들을 변화시키는 것)를 풀라고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게 하니까 나도 힘들고 그 사람들도 힘들었다. 그래서 접근법을 바꾸었다. 백색(변화에 긍정적), 회색(중도적), 흑색(변화에 부정적)이 있다고 할 때 백색이나 백색과 회색의 경계선에 있는 소그룹을 먼저 공략한다. 그러고 나면 다음에는 회색 일부가 백색, 즉 변화에 긍정적으로 바뀌고 흑색 일부는 중도적인 회색으로 된다. 상대의 힘을 역이용하는 유도의 엎어치기 전략이다.
이 전략을 KAI 이론으로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우선 I인 사람들이랑 변화를 만든다. 그 사람들은 새로운 것을 늘 갈망하기 때문에 외부의 변화를 반가워할 것이다. 이 때에는 '다르다'는 점을 강조한다. 어느 정도 도입과 성공이 이뤄지면 그 때부터는 A에게 말하면 좀 더 설득력이 있다. 이때에는 이미 변화한 사례가 있으니까 그 틀을 따르면 되고, 그 틀을 더 낫게 만들면 되는 것이므로. 조직의 규율을 깨야 한다는 걱정도 적다.
사용상 주의사항
KAI는 기본적으로 모든 사람을 창의적으로 본다. 다만 그 접근 방식에 차이가 있다고 하며, 더 나아가 서로 다르기 때문에 상보적일 수 있다고 말한다. 다양성을 인정하고 장려하는 것이다. 내가 보기에 KAI의 미덕은 여기에 있다. 하지만 KAI를 만든 커튼 박사도 주의를 주는 부분이 있다. 사람에게는 KAI 말고도 (훨씬 중요한) 다른 차원이 무수히 많이 있다. 즉, KAI만으로 사람을 비교하고 평가할 수 없다는 말이다. 그래서 어떤 사람을 I니 A니 또는 몇 점이니 하는 점수를 매기고 꼬리표를 달고 그 사람을 다 이해했다고 교만한 생각을 하는 것은 위험하다.
이 점을 유념하면서 KAI를 복용한다면 자신을 이해하고 남을 이해하는 데에 많은 도움을 주리라 생각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꼭 전쟁에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지는 말라. 손자는 지피지기 백전백승이라는 말을 하지 않았다. 지피지기 백전불태라고 했을 뿐. 나도 알고 남도 알면 위태로운 사태에까지 이르지는 않겠지만 승리까지 보장할 수는 없다. 승리까지 보장하면 귀신 아니겠는가.
주
[1] Gallivan, M. J. 2003. The influence of software developers' creative style on their attitudes to and assimilation of a software process innovation. Inf. Manage. 40, 5 (May. 2003), 443-465.
[2] Chakraborty, I., Hu, P. J., and Cui, D. 2008. Examining the effects of cognitive style in individuals' technology use decision making. Decis. Support Syst. 45, 2 (May. 2008), 228-241.
[3] Chilton, M. A., Hardgrave, B. C., and Armstrong, D. J. 2005. Person-Job Cognitive Style Fit for Software Developers: The Effect on Strain and Performance. J. Manage. Inf. Syst. 22, 2 (Nov. 2005), 193-226.
[4] Mullany, M. and Lay, P. 2003. Relating cognitive problem-solving style to user resistance. In the Economic and Social Impacts of E-Commerce, S. Lubbe and J. M. van Heerden, Eds. IGI Publishing, Hershey, PA, 184-212.
[5] Mullany, M. 2006. The Use Of Analyst-User Cognitive Style Differentials To Predict Aspects Of User Satisfaction With Information Systems, Doctoral Thesis, Auckland University of Technology, 1-390.
[6] Palmquist, R.A. and Kim, K.S., 2000. Cognitive style and on-line database search experience as predictors of Web search performance. J. American Society for Information Science 51, 6, 558-5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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