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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이해하는 톱니바퀴 성장을 두드리는 교육실험



박준표 박준표 vidovit@gmail.com

청(소)년, 다양성, 뉴미디어를 키워드로 PINY라는 소셜 벤처를 실험하고 있다. 목표는 다양성이 존중 받는 즐거운 세상을 만드는 것. 10대 시절부터 시민 문화, 캠프, 포럼, 택틱컬 미디어, 웹 서비스 등 다양한 기획과 연출, 실험을 해왔고 라디오 프로그램 진행자, 미술가로도 활동 중이다.

2009년 10월 13일


IQ2000과 학교 공부, 컴퓨터를 떠올리세요

독자들은 '컴퓨터' 하면 어떤 낱말들이 연상되는가? .

컴퓨터가 상대적으로 많이 보급되지 않았던 내 어린 시절을 돌아보면 '창의력', '첨단', '과학자' 등이 컴퓨터와 가까운 낱말들이었다.
필자가 기억하는 최초의 컴퓨터 브랜드도 '아이큐2000'이다. 학교 공부를 잘 하게 해준다는 내용의 CF, 컴퓨터가 정규 교과 과정이 된다고 했던 이야기 덕에 '남에게 뒤쳐지지' 않으려는 많은 부모들이 아이들에게 컴퓨터를 사주기도 했다.
이렇게 컴퓨터는 '창의', '공부', '첨단'을 대표하는 키워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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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와 게임, 균형이 깨진 놀이

요즘은 '컴퓨터'라고 하면 가장 쉽게 연상되는 낱말은 '게임'이다.
게임이 무한한 가능성을 지녔다고 하지만 이 낱말을 듣는 순간 연상되는 기운들은 그리 밝지만은 않다. 게임 중독의 폐해와 그로부터 야기되는 사회 문제를 매스컴이 주목하면서 컴퓨터는 '창의', '공부'라는 낱말과 조금씩 멀어졌다.
게임을 통한 학습과 배움, 컴퓨터를 통한 성장의 균형이 깨지면서 생기는 이러한 현상을 어떻게 지혜롭게 풀어가야 할 것인지가 아이들을 교육하는 데 큰 숙제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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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만나는 통로, 세상을 꿈꾸는 통로

가장 쉬운 방법으로 생각하는 것은 '컴퓨터'를 멀어지게 하는 통제다.
이 방법은 가장 단순하고 영향력 있지만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부모는 맞벌이를 하고 친구들은 학원 다니기 바빠 함께 일상을 보낼 수 없는 상황에서 세상을 보고 배우고, 사람을 만나고 이야기하는 공간은 이미 컴퓨터까지 확장됐다.
디지털이 생활이 된 아이들에게 컴퓨터를 멀어지게 하는 것은 그다지 지혜로운 방법으로 느껴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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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의 충돌을 성장의 발판으로

컴퓨터와 학습이 충돌하고 있다. 컴퓨터를 많이 하는 것이 아이들의 학습을 방해하는 관계에 놓여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아이들은 컴퓨터를 이용해 생활하고 게임을 가지고 놀기를 좋아한다. 컴퓨터와 게임을 하려는 욕구와 학습, 성장을 독려하는 힘이 충돌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힘의 관계를 바꾸면 어떨까? 아이들의 욕구를 자연스럽게 흐르게 하면서 성장의 발판이 되도록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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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을 끌어올리는 놀이기구, 플레이펌프

전 세계 10억 명 이상의 사람이 깨끗한 물을 마실 수 없고, 또 더러운 물은 전 세계적으로 매일 6000명의 생명을 앗아가고 있다고 한다.
플레이펌프(http://playpumps.org)는 깨끗한 물을 마시고 사용할 수 없는 사람들을 위한 구호 사업이다. 그런데 이 사업은 굉장히 획기적이고 즐거운 방법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7STEPS

위 그림처럼 놀이터에서 흔히 보는 회전놀이기구(orbiter)를 아이들이 타고 돌리면(1번), 그 힘(2번)을 이용해 지하수(3번)를 물 탱크에 저장(4번)하고 이를 마을 사람들이 식수로 활용(5번)하는 해결책을 만든 것이다.
아이들의 놀이 에너지를 마을 공동체의 필수적인 생명의 에너지로 전환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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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멩이와 놀이, 창의성의 연습장

사실 놀이라는 것도 플레이펌프 사업과 마찬가지로 유희와 생산이 공존한다. 어린 시절 돌멩이 하나가 공기돌이 되기도 하고, 사방치기의 도구가 되기도 했다.
테니스 공 하나만 있으면 좁은 복도가 야구장이 되기도 하고 축구장이 되기도 한 것처럼 놀이를 하려는 갈망이 있으면 주변의 물건을 창의적으로 활용할 수 있었다. 엄숙한 학교 공간의 틈을 비집고 놀이 공간을 만들며 창의성을 신나게 발휘하던 그때가 있었다.
어린 시절 돌멩이는 창의성이 하늘을 날며 활기를 치던 연습 공간이자 실험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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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이와 학습, 배움의 과정

놀이와 학습은 가까이에 있다. 돌멩이로 새로운 규칙을 만들어 학습하고, 균형 감각과 정확성을 훈련하며 사방치기를 했으니까. 사방치기에서 승리하려는 자연스러운 욕구로 인해 능력을 훈련하게 됐다. 인간이 성장하는 과정을 보면 놀이와 학습이 일치하는 경우를 종종 발견한다. 아기들이 낱말 맞추기를 통해 언어를 ‘학습’할 때, 그 과정이 일종의 놀이를 닮았음을 알 수 있다. 원시 부족에서도 이와 같이 놀이를 통해 학습하는 예를 찾아볼 수 있다. 뉴기니아 부족의 아이들은 놀이를 통해 부족의 관습을 익힌다고 한다.
이 부족은 정기적으로 전쟁을 벌이며 살아가는 것이 생활 양식인데, 아이들은 놀이를 통해 이를 학습하고 실험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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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이 에너지를 생산 에너지로, 게임을 만들며 학습하기

아이들이 게임을 하려는 욕망도 성장 에너지로 자연스럽게 연결할 수 있다면 어떨까?

만들어진 보드 게임을 가지고 노는 것이 아니라 돌멩이로 여러 게임을 만들어볼 수 있는 여백을 주면 어떨까?

게임을 향한 놀이 에너지를 게임을 만드는 생산 에너지로 전환시키면서 자연스럽게 학습으로 연결하려고 한 교육 실험을 소개한다.
PINY(Powerful Idea jourNeY) 캠프는 게임을 학습 도구로 활용한 창의적 교육의 예시가 될 수 있을 듯 하다.

그림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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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에서 피드백까지, 전체 프로세스 경험하기

캠프는 2박 3일간 진행된다. 아이들은 이 기간 동안 자기 시간을 자유롭게 쓸 수 있다. 워크숍이 몇 번 있지만 참석은 자유 선택에 맡긴다. 단 한 가지 조건이 있다. '게임'을 만들어야 하는 미션을 해결해야 한다.
세 명이 한 팀이 되어 해결하는 이 미션에서 아이들은 게임의 아이디어와 기획, 프로그래밍 언어를 사용한 게임 구현과 발표, 피드백의 총 과정(full process)을 경험한다.
이 과정이 한번으로 끝나지 않고 작은 단위로 여러 번 반복되면서 점진적으로 개선하고 성장한다.

그림 3

과정 속에서 만나는 풍경 하나, 필요에 의한 학습

캠프의 명시적인 교육은 ‘프로그래밍 언어(Squeak E-toy)’를 가르치고 배우는 것이다. 프로그래밍 언어는 게임을 만드는 과정 속 한 부분으로 아이들이 만들려는 ‘게임’을 완성하는 도구다.
아이들은 자기 ‘아이디어’가 실제로 구현되는 과정에서, 스스로 필요에 의해 자연스럽게 프로그래밍을 접한다. 필요를 느끼기 전에 누군가가 학습을 독려하는 것보다 스스로 필요에 의해 배울 때 더 빨리 익히고 더 빨리 응용한다.

과정 속에서 만나는 풍경 둘, 회고를 통한 성장

애자일 방법론의 한 실천법(practice)인 회고(retrospective)는 아이들이 스스로 프로젝트를 관리하는 도구이자 학습을 점검하는 단계가 된다. 프로젝트를 기반으로 하는 학습(project based learning)은 단일한 학습 목표가 없다.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동일한 경험 속에 서로 다른 교훈과 학습을 할 수 있다. 이러한 학습을 자각하는 도구로 회고를 활용한다. 회고는 자칫 상처가 될 수 있는 또래 동료들의 피드백도, 프로그램을 하면서 겪는 삽질도 학습의 재료가 될 수 있게 태도를 바꿔준다.

그림 4

과정 속에서 만나는 풍경 셋, 세대를 뛰어넘는 동료

캠프는 20~30대 IT 전문가와 대학생도 멘토로 함께 참여한다. 멘토들의 특징은 캠프에 참가하는 아이들처럼 스퀵 이토이를 처음 접하는 사람들이라는 점이다. 아이들보다 결코 기술적으로 뛰어나지 않은 멘토들은 아이들과 함께 ‘삽질’을 하는 동료가 된다.
나이는 다르지만 서로가 서로에게 배우는 존재가 된다. 멘토들의 회고를 보면 아이들이 배우는 과정을 멘토링하면서 자신이 더 많이 성장했음을 발견했다고 한다. 캠프를 통해 아이들은 자신의 눈높이에서 함께 고민하고 학습을 촉진해 주는 좋은 선생님을 만나게 된다.

그림 5

프로그래밍을 매개로, 게임을 메타포로 - 협업과 사람을 배우다.

"즐겁고 편하게 생활했는데 오히려 수학여행보다 얻을 게 많았던 것 같아요."

"사람과 사람의 관계에 대해 배웠어요. 협동의 중요성을 깨달았어요."

"'선택'을 한 제게 칭찬하고 싶어요. 앞으로의 선택들도 현명하게 할 수 있을 거라 믿어요."


그림 6

게임과 놀이의 욕구와 성장의 정관계를 실험한 PINY 캠프는 프로그래밍을 가르치는 창의력 캠프의 옷을 입고 있지만, 아이들의 마지막 회고는 그 이상의 것을 이야기한다.
게임을 만드는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동안 협업의 가치를 발견한다. 스스로 계획하고 선택한 시간을 스스로 회고하며 학습을 점검한다. 기술을 가르치는 캠프에서, 기술에 지배되는 것이 아니라 기술을 통해 더 많은 사람과 만나고 대화하고 배운다.

세상을 이해하는 눈, 시무어 페퍼트의 톱니바퀴

컴퓨터 과학자이자 컴퓨터 교육의 선구자 시무어 페퍼트는 어린 시절 ‘톱니바퀴’를 가지고 놀기를 무척 좋아했다고 한다.
시무어 페퍼트는 톱니바퀴가 맞물려 돌아가는 모양을 보며 이론적인 것을 모르고도, 한 시스템의 규칙성을 발견하고 시스템을 완전히 이해할 수 있음을 경험했다.
시무어는 톱니바퀴를 통해 구구단을 이해했고, 일원일차방정식(3x + 4y = 10)을 보며 차동 톱니 바퀴를 떠올렸다고 한다. 시무어 페퍼트는 아이들이 컴퓨터를 통해 이런 경험을 할 수 있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한다.

강력한 아이디어 여행, 세상을 이해하는 시선

PINY 캠프는 시무어 페퍼트의 강력한 아이디어에서 얻은 영감에 기초한다.
캠프를 통해 배운 기술, 교육 과정을 통해 스스로 배운 교훈점이 아이들 일상에서 배움의 궤적에 전이되어 성장으로 이어지길 기대한다.
게임을 만드는 과정에서 배우는 많은 것을 체험을 통해 이해하고, 이것이 컴퓨터를 대하는 새로운 자세가 되고 세상을 이해하는 하나의 톱니바퀴가 되기를 기대했다.


이 실험은 아직도 진행 중이다. 또 그 효과가 명확하게 입증되기도 어려운 부분도 있다. 하지만 게임과 놀이, 컴퓨터 언어와 교육을 둘러싼 새로운 성장의 신호탄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세대를 넘어 동료가 되고, 필요에 의해 찾아 배우는 성장이 있는 커뮤니티의 씨앗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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