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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한국인에게 경제란 무엇일까, Part 1



양유성양유성 yooseong@debian.org

필자는 데비안과 오픈 소스 운영체제에 관심이 많으며 과외로 인문학을 공부하며 과학을 주업으로 세상을 올바르게 살고자 하는 연구원이다.


2009년 3월 3일


아리스토텔레스 경제를 말하다 <<아리스토텔레스 경제를 말하다>>
홍기빈 지음, 책세상문고

2009년 한국 경제는 전세계에 있는 어떤 나라보다 전지구적 자본주의와 깊숙히 연관되어 있어 전세계 경제가 안 좋은 이 시점에서 계속 악화되는 상황이다. 2008~2009년 한국 경제의 불확실성의 구름은 아직 손을 쓰기 어려운 상황은 아니다. 그렇다면, 경제가 어떠한 의미로 시작되었고 역사의 전개 과정에서 사람들의 삶을 어떻게 지배했는지를 살펴봄으로써 한국의 현실을 좀 더 냉철한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2회에 걸쳐 각각 한 권씩 소개하겠다. 한 권은 <<아리스토텔레스 경제를 말하다>>(홍기빈 지음, 책세상문고)이고 다른 한 권은 칼 폴라니의 저작들을 추려 모아놓은 <<전세계적 자본주의인가 지역적 계획경제인가 외>>(홍기빈 옮김, 책세상문고)이다. 이 두 권의 책의 각각 저자이자 번역자인 홍기빈은 칼 폴라니의 경제 사상을 전공했기 때문에 두 권 다 용어 선정과 내용의 일관성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면 어떤 맥락에서 한국의 2009년 현실 경제를 파악할 수 있는 시사점을 던져주는지 우선 <<아리스토텔레스 경제를 말하다>>(이하 <<아리스토텔레스...>>)를 살펴보자.

<<아리스토텔레스...>>에서는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하는 경제 사상을 검토하기에 앞서 1차적으로 ‘경제’라는 낱말의 의미를 되새겨본다. 1장에서는 ‘경제’라는 용어가 현대 경제에서 어떤 맥락에서 사용되며 문제가 있는지 설명한다. 2장에서는 ‘경제’라는 용어의 역사적 변화 과정을 살펴본다. 이 책은 개념 정의를 하고 나서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하는 정치•경제 사상을 3장과 4장에서 구체적으로 언급한다. 이 당시 정치•경제 사상을 이해하는 데는 고대 그리스, 특히 아테네의 사회 분위기를 아는 것이 중요하다. 사회, 역사적 맥락에서 경제 사상을 알아보기 때문에 그 의미가 명확하게 전달된다. 그 다음으로는 아리스토텔레스 이후 경제 사상의 흐름이 이야기한다. 그 흐름이 어떻게 전개되어 현대의 경제적 지식과 상황에 이어지는지 정보를 준다. 마지막으로 현대 경제 사상에 미친 아리스토텔레스 경제 사상의 영향력을 살펴보고 책을 마무리한다.

이번 책 소개에서는 우선 1장과 2장, 3장을 살펴본다. 우선 고대 그리스 아테네의 사회 상황과 그 맥락 속에서 의미를 갖춘 경제 개념을 이해하는 것이 아리스토텔레스의 경제 사상을 이해하는 데 필수이므로 먼저 3장으로 들어간다.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고대 그리스 지역은 농사를 짓기에 매우 척박한 환경이었다. 지중해성 기후는 연평균 강수량이 농사를 짓기에 턱없이 부족했고 비가 내려도, 집중 호우가 대부분이어서 농사는 더욱 짓기 어려웠다. 그러다 보니 이런 지역에서 잘 자라는 작물인 올리브나 포도가 주요 농산물이었고 지금도 꾸준히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 따라서 대규모 인구가 모여사는 형태를 만들 수도 없었고, 만들었다고 해도 유지하기 힘들었으므로 대규모 국가 형태가 아닌 가정경제를 바탕으로 한 도시국가로 그 명맥을 이어나갔다.

소규모 도시국가 체제에서는 “자급자족 가정경제의 삶에서 욕망의 절제”가 필수였다. 수공업과 상업이 발달했다면 그 욕망이 어느 정도 허용됐겠지만 환경이 척박했으니 그럴 여지가 매우 작았다. 이러한 상황은 호메로스의 <<일리아스>> 등에서 다룬 영웅이나 대왕들도 절제하는 삶을 살았음을 그렸다는 점에서 이해할 수 있다.

물자 생산이 풍부하지 않았으므로 이 당시 사람들은 물자를 교환하여 경제 생활을 했다. 즉 호혜성에 기반을 둔 선물 주고받기가 이 가정경제 상황에 필수가 되었다. 선물로 호혜적 관계를 만들어 유지했고 이에 따라 사회적 유대 관계가 얼마나 중요한지 깨달았다. 여기에 공동 안보 체계의 기본인 폴리스는 단순히 군사적 차원을 넘어 공동체의 삶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헌신함을 뜻했기에 그리스인들이 자신들의 정체성을 결정하는 하나의 중요 인자였다. 이렇게 되자 고대 그리스인들은 가장 행복한 삶을 호혜성을 바탕으로 한 가정경제와 폴리스로 이뤄진 삶이라고 보았다.

그런데 도시국가들 사이에서 교역이 조금씩 늘어나면서부터 해외로 눈을 돌려 식민지 건설에 점차 힘을 쏟기 시작한다. 이런 상황에서 물물 교환에 기반을 둔 경제를 넘어 화폐경제가 출현했다. 식민지 건설과 함께 무역과 상업, 화폐경제가 발달하면서 그전까지는 토지 소유자가 국가에 많은 일을 하여 정치 요직을 맡았으나 수공업, 상업, 무역으로 큰 돈을 버는 사람이 등장하면서 토지 귀족 세력이 약해지고 참주가 나타났다. 여기에 화폐가 교환 수단이 되면서 일반 농민들도 자립 경제를 이루기 시작했다. 즉, “화폐 대여업자들이나 지주들에게서 독립성을 확보할 수 있었다.”

화폐경제가 확대되면서 힘이 센 나라를 중심으로 나라들이 모였는데 그 중 델로스 동맹과 펠로폰네소스 동맹이 있었다. 그 중 델로스 동맹의 우두머리로 올라선 아테네는 주위 동맹국들에서 물자와 돈을 약탈하면서 자국 농민들을 농촌에서 도시로 이주시켜 도시를 발전시키고 자국 군인 수를 늘리고 외부 식민지 확장에 더 힘썼다. 결국 아테네는 제국주의적 모습을 확고히 갖추었다.

가정경제와 폴리스적 삶이 화폐경제와 제국주의적 삶으로 바뀌면서 사람들의 삶은 점차 피폐해져 갔다. “유기적인 단결과 호혜적인 봉사의 결속이라는 예전 원리”는 없어졌고 그냥 국가를 “한시적 이해를 위해 교역 관계에서 맺어지는 동반자 관계로 보는 사회계약 원리가 자리잡게” 되었다. 결국 사회나 개개인의 도덕성이 큰 문제가 안 되자 점차 동요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몇몇 지도자들이 이런 혼란을 막으려 노력했으나 혼란을 멈추기는 힘들었고 결국 고대 그리스 세계는 펠로폰네소스 전쟁을 거치면서 급격히 붕괴하기 시작하고 미케네 문명에 흡수되어 버리는 불운을 겪었다.

지금까지 아리스토텔레스의 경제 사상을 이해하는 데 필요한 고대 그리스의 상황을 살펴보았다. 이제 역사적 맥락에서 사용된 ‘가정경제’라는 개념의 의미와 좀 더 나아가 경제라는 말의 역사를 알아보자. 현재 경제라는 영어 낱말 ‘economy’의 어원은 ‘가정’이라는 낱말의 그리스어 ‘oikos’에서 유래했다. 이 낱말은 실제 역사적으로 처음에는 “관리와 경영일반”의 뜻이었다. 이 의미는 수천년간 지속되어 왔다. 구체적으로 그 속뜻은 “가정이라는 구체적이고 독특한 인간 관계 속에서 그 내용이 규정되는 것”이 바로 경제라는 것이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경제가 그저 숫자놀음에 불과한 것이 아니라 인간 관계와 깊은 관련이 있는, 특히 윤리나 도덕과 분리할 수 없는 개념이라는 점이다.

이러한 가정관리라는 말은 거의 2000년간 지속되어 오다가 근대가 되면서 그 개념이 바뀌었다. 절대주의 국가 성립으로 16세기에는 영토국가 개념과 함께 국민을 잘 보살피는 일이 중요해졌고 ‘국민 경제’라는 말로 가정관리의 개념이 변하였다. 가정이 국가로 확대되자 가정 내의 윤리, 도덕 개념은 확장되어 나라 살림의 “행정, 법률” 등으로 이해됐다. 즉 나라의 살림살이라는 뜻인 정치경제학(political economy)이 탄생한 것이다. 이렇게 국가의 맥락 속에서 경제는 계속 그 자리를 잡고 있었다.

19세기에 경제는 가정이나 국가와 관계를 끊고 순수하게 독자적인 “인간 행동 영역”의 학문이 됐다. 그러면서 이름도 (순수)경제학으로 불렸다. 이러한 개념의 등장은 인간의 경제적 행동이 사회적 관계와 독립적일 뿐만 아니라 오히려 사회는 그러한 경제 활동의 결과물로 생겨난다는 생각이 내포되어 있다고 보면 된다. 따라서 경제학이 사회적 맥락과 무관하게 부의 실체를 설명하는데 노동 가치나 물질적 부가 아닌 희소성 원칙에 따른 만족 극대화로 해석하려는 이론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일종의 ‘한계혁명’이 부의 가치를 주로 설명하면서 이제 “계급을 포함한 그 어떠한 사회적 관계도 들어설 여지가 없어진다.” 결국 사람들이 이루어 놓은 정치•사회는 모두 경제 활동에 종속된다는 의미가 되고 그 개념이 널리 퍼진다. 이를 근본적으로 비판한 인물이 바로 칼 폴라니다. 다시 말해, 자신에게 유리한, 즉 합리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방향으로 모든 인간 관계를 설명하려는 것이 통용되었다.

이제 이 책의 1장으로 돌아오자. 그렇다면 현대를 사는 사람들에게 경제는 무엇이고 이를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살펴보자.

첫 번째 제시된 경제를 정의하는 개념은 “돈벌이”라는 것이다. 이는 기본적으로 무엇이든 돈으로 할 수 있다는 개념에서 출발했는데 이는 구매할 수 있는 재화가 풍부한 경우에나 가능한 개념이다. 예를 들면, 내가 이 책 <<아리스토텔레스...>>를 읽고 싶어 서점에 갔는데 이 책이 절판됐다. 4900원인 이 책을 사려고 490만 원을 가지고 있다 해도 이 때 모아두었던 돈은 의미가 없다. 국가경제 규모로 이를 확대 해석해 보면 국민들의 경제 상황을 나아지게 한다는 취지에서 국가에서 통화 팽창을 하려고 한다고 하자. 그런데 실제 실물경제가 뒷받침되지 않은 상태에서 통화 팽창은 돈의 가치 하락만을 부추길 뿐이다. 금융경제가 앞으로 세상의 부를 늘릴 수 있다고 많은 사람이 생각했으나 미국 경제 몰락이 바로 여기서 시작되었음이 좋은 예다. 그래도 미국은 통화 팽창을 하고 통화 가치가 하락됐다고 해도 미국 달러의 세계적인 위상 때문에 미국민들이 느끼는 충격은 어느 정도 완화된다. 그런데 한국은 미국과 달리 원화를 찍어내도 원화의 위상이 미국의 달러화만큼 크지 않으므로 돈의 가치만 떨어진다. 한국은 통화 팽창 정책을 실시하면 치명상을 입을 가능성이 높다.

경제에 관한 두 번째 정의는 물질적 부의 생산 활동이라고 보는 것이다. 직관적으로 우리가 생존하는 데 필요한 의식주만 보더라도 분명 인간 생활에서 물질적 부의 생산 활동이 경제임을 쉽게 받아들일 수 있다. 당장 내 주위 물건들을 보더라도 쉽게 이해된다. 그런데 이 경우 문제를 조금 더 생각해 보면 무형의 서비스도 분명 경제 활동에 포함됨을 알 수 있다. TV에 뉴스 진행자가 나와 새소식을 전해주거나, 프로 운동선수가 보여주는 화려한 플레이는 우리가 만질 수 있는 유형의 물질적 부와 직접 연관되지 않는다. 그러나 분명 이것들도 경제 활동이라 분류된다. 결국 이렇게 경제를 물질적 부의 생산 활동이라고만 한다는 것은 한계가 있다.

그러면 경제를 무엇으로 정의해야 할까? 이 책에서 제안하는 또 다른 정의는 “합리적 선택”이다. 이 정의는 직관적으로 바라보기보다 그 의미를 생각해봐야 한다. 우선 합리적 선택에 내포된 개념이 무엇인지 생각해봐야 한다.

왜 합리적 선택이 필요한가? 바로 재화는 한정되어 있는데 사람의 욕망은 끝이 없다는 것과 연관지을 수 있다. 바로 ‘희소성’이다. 자원은 유한하기에 인간의 욕망을 끝없이 채울 수 없다는 뜻이다. 다시 말해 선택의 문제가 생기는 것이며, 선택을 하는 경우 기회비용이 발생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이런 선택에 있어 나에게 최소의 손실, 즉 욕망을 최대로 충족시킬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결정하게 된다. 바로 여기에 필요한 것이 합리적 사고이고 선택이다. 이렇게 되면 합리적 사고에서 얻을 수 있는 만족감이야말로 ‘부의 의미’가 된다. “물질적 부의 고갱이는 그 물질적 측면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것으로 충족되는 만족감에 있는 것이다.”

경제학은 항상 어떤 사태에 대해 기본적으로 가정을 전제로 삼고 시작하는데 이번 정의도 그 가정을 되짚어 보아야 한다. 즉 ‘희소성이 모든 사회에 중대한 사안’이라는 전제를 의심해 보아야 한다. 깊이 있게 생각해 보면 이러한 선택, 희소성, 경제의 개념은 앞에서도 언급한 순수 경제학과 직접 연관된 것이고 바로 19세기에 의미가 있기 시작한 낱말이라는 것이다. 결국 희소성과 합리적 선택은 근대적 인간의 관점일 뿐, 절대적인 원칙으로 인간이 이 지구상에 존재했을 때부터 등장한 것이 아니었다.

여기서 또 한 가지 쉽게 착각할 수 있는 것이 희소성 문제가 경제적인 문제라는 생각이다. 희소성에 관한 문제는 경제 영역뿐만 아니라, 인간 행위와 관련된 거의 모든 영역에 적용될 수 있다. 중국 음식점에서 자장면을 먹을지, 짬뽕을 먹을지에 관해 고민하는 문제도 이 문제의 범주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이 책에 따르면 실제 경제학자들은 인간의 선택과 희소성에 관한 고민을 전쟁, 범죄, 종교까지 확장하고 있다. 그 유명한 ‘죄수의 딜레마’[1]도 이런 문제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결국 인간 행위에 대한 고찰이 필요한데 인간 행위를 이해한다는 것은 “협소한 합리성이 아니라 포괄적인 이성적 존재로서 행동의 동기, 신념, 사회적 제도” 등을 모두 포함함을 의미한다. 그저 경제는 철저하게 목적합리성만을 추구하지, 인간 행위에 대한 가치합리성에 대해선 함구한다. 이 책에서 보이는 예를 통해 이러한 사실을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경제란 똥피박이냐 똥광이냐라는 문제는 포함해도 어머니가 무엇을 위해 파출부 일을 하러 가고 ‘자장면이 싫다고 하시는지’ 하는 이야기는 배제하고” 있는 것이다. 경제에 대한 해답을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한 경제 개념을 통해 독자들이 스스로 생각하게 하고 끊임없이 질문을 하게 유도하고 있다.

다시 아리스토텔레스가 살았던 고대 그리스 아테네로 돌아가보자. 앞서도 언급했듯이 이상적인 그리스의 삶은 “폴리스적인 삶과 가정경제간 호혜적인 선물 교환을 축으로 하여 가능”했다. 정치 체계는 민주주의를 내부적으로 유지한다고 하더라도 농업 생산성이 현저히 떨어져 아테네인들이 자급자족이 점차 힘들어지자 해외로 눈을 돌려 식민지를 건설하는 약탈 경제를 기본으로 하는 제국주의 형태를 나타내었다. 계속되는 해외 원정과 전쟁 때문에 폴리스를 강건하게 유지할 시민들의 폴리스 정치 참여는 날이 갈수록 줄어들어 “기원전 4세기경에는 아예 시민군이 사라지고 마키아벨리 때의 이탈리아처럼 용병들만” 있게 된다. 정치 참여도 점차 그 의미가 변질되어 자발적인 시민 봉사에서 급여를 받는 수단으로 전락했다.

수차례에 걸친 전쟁에 고대 그리스인들의 폴리스적 삶이 몰락의 길을 걷자 이를 목도한 몇몇 철학자는 그 사회에 대한 동경과 회복을 이야기하였다. 바로 소크라테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를 정점으로 했던 사람들이었다. 이 사람들은 인간과 국가의 도덕성을 최고의 선이라고 생각했다. 구체적으로 언급하자면, 그들은 항상 ‘어떻게 사는 삶이 잘 사는 것인가’라는 물음을 제기하였다. 구두를 만드는 구두장이건, 사람의 병을 고치는 의사건, 각자의 일에 최선을 다하고 땀흘려 일하며 각자의 일을 잘 수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처럼 올바른 삶 또한 열심히 익혀야 한다. 이에 대한 뚜렷한 답은 제시하진 않지만 공통적으로 이 철학자들은 올바른 삶을 누릴 수 있는 조건이 어떠해야 하는지는 명확히 하였다. 그들은 모두 ‘폴리스’라는 장치를 통해서만 올바른 삶을 누릴 수 있다고 하였다. 결국 폴리스는 “국가뿐만 아니라 개인의 가치관과 윤리적인 지침까지 모든 삶을 규율하는 해답을 제시하는 실현의 장이자 훈육의 장”인 것이었다. 결과적으로 “인간 사회에 관철되는 보편적 원리와 규범을 얻어내려는 이 철학자들의 노력을 통해 폴리스는 이후 수천 년간 인류가 난관에 봉착할 때마다 되돌아가곤 하는 고전적인 준거의 위치”가 되었다.

이 책은 고대 그리스 철학자들이 최고의 선으로 간주한 삶에 대한 논의뿐만 아니라 민주정이라는 정치틀에서 배태되어 나왔던 시장 경제의 순수성과 그 힘을 언급함과 동시에 도시국가가 갖추어야 할 도덕성을 강조하였다.

후반부에는 고대 그리스적 도시국가 개념이 근대에 이르면서 국가의 개념이 어떻게 전개되고 국가에 있어서 개인이 갖춰야 할 요소가 덕성이 아니라 사유재산임을 언급한다. 여기서는 존 로크의 <<통치론>>을 소개하는데 더 이상 국가는 개개인의 삶에 어떤 간섭도 하지 않고 개인의 사유재산만을 지키면 된다는 생각이 지배하게 되었다. 이는 현 정권이 세워질 때부터 계속 이야기한 ‘작은 정부’와 맥락을 같이 한다. 결국 고대 그리스의 폴리스적 삶이 현대인에게 그저 과거의 먼 이야기만은 아님을 뜻한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아리스토텔레스로 대표되는 철학자를 통해 근대 자본주의 국가의 모습을 한번 되짚어 보는 계기를 마련해주었다. 이렇듯 5장까지는 역사•사회적 맥락이 언급되면서 경제적 인간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6장은 근대 철학과 경제 상황에 대한 내용이 압축되어 있어서 다소 이해하기 까다로울 수 있다. 5장까지 책을 읽어보고 6장은 심화 학습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2009년은 한국의 경제 성장이 0%도 안 되고 전문연구기관에 따르면 오히려 마이너스 성장이 예상된다고 한다. 1960년대 이후 한국은 수출과 고도 성장만을 지속해왔기 때문에 마이너스 성장이라는 말에 많은 한국인이 받는 심리적 압박감이 클 것이다.

한국인에게 경제의 의미와 삶에서 차지하는 비중에 대한 고민은 그저 말많은 소리에 불과하다고 치부된다. 여기에 “윤리적 가치와 인간 존중의 마음”은 마를 대로 말랐으며 이러한 의미를 고민해야 할 학문과 문화는 “돈벌이와 자랑의 수단”이 되어버렸다. 경제 성장이 바닥을 치는 이 시점에서 <<경제성장이 안 되면 우리는 풍요롭지 않은가>>라는 책 제목처럼 그 풍요함의 의미를 이 책, <<아리스토텔레스...>>를 통해 다시 한번 되짚어 보면 좋겠다.

원래 이번 책 소개는 칼 폴라니의 책까지 내용 소개를 하면서 전지구적 자본주의에 둘러쌓여 복잡한 상황이 된 한국의 현실을 좀 더 구체적으로 볼 수 있는 시각을 전하려고 했는데 분량도 그렇고 소개할 부분도 많아 칼 폴라니의 책 <<전지구적 자본주의인가 지역적 계획경제인가>>에 대한 이야기는 다음 회로 넘기겠다.


참고문헌

  1. 아리스토텔레스(지음), 강상진 외(옮김) <<니코마코스 윤리학>> (이제이북스)
  2. 플라톤(지음), 박종현 (옮김) <<국가>> (서광사)
  3. 강유원(지음) <<서구정치사상 고전읽기>> (라티오)
  4. 페르낭 브로델(지음), 강주헌(옮김) <<지중해의 기억>> (한길사)
  5. 존 로크(지음), 강정인(옮김) <<통치론>> (까치글방)
  6. 마키아벨리(지음), 강정인 외(옮김) <<군주론>> (까치글방)
  7. 구춘권 <<지구화 현실인가, 또하나의 신화인가>> (책세상)
  8. 역사학 연구소(지음) <<함께보는 한국근현대사>> (서해문집)

[1]게임의 참여자인 두 사람이 공범죄로 체포되어 분리된 방에서 심문을 받고 있다. 현명한 검사가 두 사람 각각에게 다음과 같이 말한다. "두 사람 중에서 한 사람은 자백(confess, 전략 A)하고 다른 사람은 부인(deny, 전략 B)하면, 자백한 사람은 보상을 받고(+1) 부인한 사람은 중벌에 처한다(-2). 두 명 모두 자백하면 두 사람 모두를 경벌(-1)에 처한다. 두 명 모두 부인하면 (증거 불충분으로) 두 사람 모두 석방한다." 1950년 (Dresher와 Flood) 이후 이 게임은 죄수의 딜레마(Prisoner's Dilemma)로 알려졌고 사회과학에서 널리 연구되고 이용되어 왔다. 이 게임에서는 두 사람 모두 자백하는 것이 우세 전략이므로 (B, B)가 유일한 평형점이 된다. 그러나 (B, B)는 파레토(Pareto) 최적이 아니고, 두 사람 모두에게 더 좋은 (A, A)가 파레토 최적이 된다. 위 상황의 관점에서 각 죄수는 다른 죄수가 무슨 선택을 하든지 상관하지 않고 자백하는 것이 유리하다. 하지만 두 죄수가 모두 자백하면 둘 다 자백을 하지 않을 때보다 나쁜 결과가 나온다. 이것을 조심스럽게 생각해 보면, 우세의 원리 형태로 된 개인적 이성주의(individual rationality)와 파레토 원리의 형태로 된 집단적 이성주의(group rationality)가 불일치한다. 자신의 가장 좋은 이익을 합리적으로 추구하는 개인들에게 결국에는 그들 각각에게 불행한 결과가 초래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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