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발자 책꽂이 |
연말 특집: 린 소프트웨어 개발을 다루는 책 2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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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12월이 다가와 지난해 연말 특집으로 어떤 내용을 다뤘는지를 살펴보니, 개발자에게 공포심을 유발하는 ‘데드라인‘이 주제였다. 이에 자극을 받아 올 겨울에도 따뜻한 구들목에서 즐길만한 재미있는 주제를 뽑아보려고 책장을 살펴보니 ‘린 개발’이라는 주제를 담은 책 두 권이 마침 눈에 들어왔다. ‘린 개발’이 제조업(특히 생산 라인)과 밀접한 내용이라서 소프트웨어 개발에 무슨 의미가 있으리라는 선입견은 잠시 접어두고 일단 책을 한번 읽어보자.
1번 타자
도요타 방식: 위대한 기업 도요타로부터 배우는 14가지 경영 원칙
제프리 라이커 지음, 김기찬 옮김, 가산출판사 2004년 출간
미국발 경제 위기가 닥치면서 GM이 풍전등화 신세라는 소식이 들려온다. 불경기에 영향을 받지 않는 자동차 회사는 없겠지만 그래도 상대적으로 선방하는 회사가 있기 마련이고, 도요타가 그 선두에 서 있다. 이 책은 바로 도요타 자동차 회사가 위대한 자동차 기업으로 우뚝 선 시스템적인 측면을 집중 분석한다. 소프트웨어 개발과는 전혀 다른 대규모 생산 라인을 운영하는 회사 이야기라서 소프트웨어 개발자의 관심을 덜 끌지는 모르겠지만, 굳이 학제간 연구를 강조하지 않더라도 남의 분야를 유심히 살펴보다 보면 틀림없이 배울 점이 드러나기 마련이다.
『도요타 방식…』은 도요타 연구에서 세계적으로 유명한 미국 미시간 대학교 산업공학부 교수인 제프리 라이커가 집필했다. 물론 정통적인 일본 도요타 사람이 쓴 책도 시중에 나와 있지만, 굳이 이 책을 선택한 이유는 외부인(도요타 외부 사람에 미국인) 관점에서 바라본 객관적인 내용을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과연 도요타의 성공은 지독한 일벌레들이 밤낮 가리지 않고 일한 결과인가 아니면 체계적이고 목표 지향적인 프로세스를 수립한 결과인가?
라이커는 저자 서문에서 도요타 자동차 사장인 후지오 조가 한 말(도요타 성공 요인)을 인용한다.
“도요타를 탁월하게 만드는 도요타 방식의 핵심은 어떤 개별 요소도 아니다. …… 중요한 것은 모든 요소를 하나의 시스템으로 통합하는 것이다. 그것은 한꺼번에 분출되는 것이 아니라 매일 일관된 방식으로, 지속적으로 이행되어야 한다.”
처음 서문을 읽으면서 무심코 넘어간 도요타의 성공 요인은 이 책을 다 읽고 나서 다시 서문으로 돌아왔을 때 확실히 다른 느낌으로 다가왔다. 도요타 방식은 흔히 언론에서 다룬 몇 가지 기술적인 성공 사례나 특이한 관리 기법이 아니라 이 모든 구성 요소를 합한 완벽한 기업 문화라는 사실을 어렴풋하게나마 깨달았으니 말이다.
이 책에서는 도요타 성공 요인을 캐내기 위해 도요타 방식을 ‘네 부문/14가지 원칙’으로 나눠 설명한다. 일단 네 부문과 14가지 기본 원칙 제목을 보기만 해도 도요타 방식이 얼마나 다른 회사의 방식들과 차별화되어 있는지 감이 올 것이다.
부문 I: 장기적인 철학
- 원칙 1: 단기적인 재무 목표를 희생해서라도, 장기적인 철학에 기초하여 경영 의사결정을 하라.
부문 II: 올바른 프로세스가 올바른 결과를 낳는다.
- 원칙 2: 문제를 표면에 드러내기 위해 지속적인 프로세스 흐름을 만들라.
- 원칙 3: 과잉 생산을 피하기 위해 풀 시스템을 사용하라.
- 원칙 4: 작업 부담을 평준화하라(헤이준카).
- 원칙 5: 문제 해결과 품질 최우선을 위해 스톱 문화를 구축하라.
- 원칙 6: 표준화된 업무는 지속적인 개선과 종업원에게 권한을 위임하는 토대다.
- 원칙 7: 어떤 문제도 숨겨지지 않도록 시각적 관리 기법을 사용하라.
- 원칙 8: 종업원들과 프로세스에 도움이 되는 신뢰할 수 있고 철저히 검증된 기술만을 사용하라.
부문 III: 종업원들과 파트너 육성을 통해 조직의 부가가치를 높여라
- 원칙 9: 작업을 철저히 이해하고, 철학을 가지고 살며, 다른 종업원에게 그것을 가르치는 리더를 육성하라.
- 원칙 10: 회사의 철학을 이행하는 뛰어난 종업원들과 팀을 개발하라.
- 원칙 11: 도전하게 하고 개선을 지원함으로써 파트너와 부품업체로 하여금 그들과의 확장된 네트워크를 존중하라.
부문 IV: 근본 문제를 지속적으로 해결함으로써 조직 학습을 유도하라.
- 원칙 12: 상황을 철저하게 이해하기 위해 직접 가서 보라
- 원칙 13: 모든 대안을 철저히 고려하여 합의가 될 때까지 천천히 결정을 하라. 그러나 실행은 신속하게 하라.
- 원칙 14: 냉정한 반성(한세이)과 지속적인 개선(카이젠)을 통해 학습 조직이 되라.
상기 네 부문은 각각 철학(장기적인 사고), 프로세스(낭비 제거), 종업원과 파트너(존중하고, 도전하며, 양성하라), 문제 해결(지속적 개선과 학습)과 연계되어 조화를 이루도록 만들어져 있다. 도요타의 강점은 바로 만병 통치약을 찾기 위해(주로 미국 자동차 회사가 저지른 실수다) 특정 기술이나 프로세스 자체에 집중하는 대신에 회사 자체의 고유 문화를 끊임없는 개선과 발전의 토대로 만드는 분위기다. 자 그렇다면, 여기서 소프트웨어 분야로 돌아와보자. 무엇보다 사람이 중요한 소프트웨어 개발 회사에서 도요타만큼 사람을 강조하는가? 이에 대한 대답을 얻기 위해 다음에 소개할 책으로 바통을 넘겨보자.
2번 타자
린 소프트웨어 개발의 적용: 속도 경쟁에서 승리하기
메리 포펜딕, 톰 포펜딕 지음, 엄위상, 심우곤, 한주영 옮김, 위키북스 2007년 출간
도요타 방식을 읽고서 소프트웨어 분야에 어떻게라도 적용하는 방법이 없을지 고민이 들기 시작하는 현상은 지극히 자연스럽다. 낭비를 없애도록 프로세스를 정립해 이를 적용하는 방식은 제조업뿐만 아니라 소프트웨어 개발과 같은 지식 산업에도 얼마든지 적용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방법이다. 대규모 생산 라인을 운영하고 수 많은 하청 업체를 연결하는 복잡 다단한 도요타 방식을 섣불리 적용하다가는 소프트웨어 개발 팀이 일대 혼란에 빠지리라는 사실은 너무나도 자명하다. 자, 그렇다면 이런 고민을 미리 해본 선구자는 없을까? 다행스럽게도 메리 포펜딕과 톰 포펜딕 부부가 우리를 위해 미리 한 걸음 앞서 린 개발 방법을 소프트웨어에 적용해본 경험을 책으로 풀어놓았다.
『도요타 방식…』과 『린 소프트웨어 개발의 적용』 중에 어떤 책을 먼저 읽도록 추천할지 잠시 고민을 해보았는데, 서평에서 소개는 『도요타 방식…』부터 시작했지만 아무래도 『린 소프트웨어 개발의 적용』을 먼저 읽는 편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소프트웨어 쪽 배경 지식을 활용해 린 프로세스를 다루고 있기에 특별한 철학도 모르고 도메인 지식도 약한 자동차 분야 책을 읽느라 고생하는 대신에 미리 『린 소프트웨어 개발의 적용』부터 읽은 다음에 『도요타 방식…』으로 넘어가면 최소한 ‘린 프로세스’에 대한 내용은 이미 어느 정도 아는 상황이므로 훨씬 더 쉽게 읽히지 않겠느냐 하는 생각이 든다. 물론 『린 소프트웨어 개발의 적용』만 읽어서는 도요타에 대해 오해하기 쉬우므로 『도요타 방식…』도 반드시 함께 읽어보기를 권한다.
『린 소프트웨어 개발의 적용』은 네 부문/14가지 원칙을 강조하는 『도요타 방식…』과는 조금 다른 서술 방식을 따르고 있다(린 소프트웨어 개발 7대 원칙이 나오긴 하지만 많이 약하다). 목차를 잠깐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 역사: 도요타 생산 방식과 린에 대한 소개를 다룬다.
- 원칙: 린 소프트웨어 개발 7대 원칙을 설명한다.
- 원칙 1: 낭비를 제거하라.
- 원칙 2: 품질을 내재화하라.
- 원칙 3: 지식을 창출하라.
- 원칙 4: 확정을 늦추라.
- 원칙 5: 빨리 인도하라.
- 원칙 6: 사람을 존중하라.
- 원칙 7: 전체를 최적화하라.
- 가치: 고객 중심으로 바라본 린
- 낭비: 생산 라인과는 성격이 판이하게 다른 소프트웨어 부문에서 낭비 요소를 파악하고, 가치 흐름도를 소개한다.
- 속도: 대기 행렬 이론을 소개한다.
- 사람: 경영 시스템, 팀, 인센티브를 다룬다.
- 지식: 지식 창출 기법과 문제 해결 방법을 다룬다.
- 품질: 피드백과 규범을 다룬다.
- 파트너: 외부 회사와 공동 작업 문제를 다룬다.
- 여정: 향후 나갈 방향을 제시한다.
체계적이고 학술서적 냄새가 나는 『도요타 방식…』과 달리 『린 소프트웨어 개발의 적용』은 응집력이 떨어지고 느슨하다는 생각이 들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중간 중간에 실린 저자들의 실제 경험담과 숨겨진 뒷이야기가 상당히 흥미로우므로 지루하지 않고 이론에 압사당하지 않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힌트 한 가지: 두 책을 다 읽고 난 다음에 자신이 참여하는 회사나 프로젝트에 어떤 식으로 린 개발 방법을 적용할 수 있을지 길고 긴 겨울 밤을 이용해 고민해보자. 여기서 반드시 ‘린’이 아니더라도 좋다. 소프트웨어 개발 과정에서 지식을 창출하고 사람을 중요하게 여기도록 분위기와 문화를 만드는 방법을 주변 사람들과 함께 토론해 더 나은 환경을 구축하려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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