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발자 책꽂이 |
휴가 때 읽을 창의성을 기르는 책 2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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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휴가 철이다. 보통 출판 업계에서 책이 가장 잘 나가는 시기로 연말 연초와 휴가 철을 드는데, 그만큼 자기 자신을 되돌아보는 좋은 기회가 오기 때문이리라. 올 여름 무더위를 식히기 위해 어렵고 딱딱한 책을 대신해 휴가 때 읽을만한 창의성을 길러주는 책 두 권을 선별해 보았다.
1번 타자 : 이노베이션 신화의 진실과 오해
스콧 버쿤 지음, 임준수/서상원 옮김, 한빛미디어 2008년 출간
이노베이션 하면 아주 독창적이고 창의적이며 일반 사람들과는 거리가 먼 괴짜들의 전유물이라는 생각이 먼저 들기 마련이다. 다람쥐 쳇바퀴 도는 빡빡한 삶을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이노베이션이 필요한 특출 난 작업이 과연 있기나 한지 의심스럽기도 하고, 고등학교 대학교에 ‘이노베이션 101’이라는 과목이 없는 걸로 봐서는 훈련이나 연구를 통해 얻는 속성이 아닌 듯이 보이기도 한다. 자, 그렇다면 우리에게 이노베이션이란 도대체 무엇일까?
『The Art of Project Management: 마음을 움직이는 프로젝트 관리』의 지은이로 유명한 스콧 버쿤이 쓴 두 번째 책인 『이노베이션 신화의 진실과 오해』는 이노베이션에 얽힌 여러 가지 이야기를 전개한다. 이노베이션에 대한 통속적인 관념을 타파하기 위해 풍부한 자료 조사와 사례 연구를 통해 이노베이션은 어디서 누구로부터 비롯되며 어떻게 자라나서 많은 사람에게 영향을 미치는지 차근차근 짚어나가고 있다. 책 뒤 표지에 나오는 핵심 문구는 이 책에서 주장하는 바를 가장 잘 나타낸다.
“이노베이션은 순간이 아니다. 오랜 시간 갈고 닦여진 진실이다.”
스콧 버쿤은 뉴턴이 사과가 떨어지는 모습을 보고 중력을 발견했다는 일화가 퍼진 동기와 배경을 설명하면서 한 개인이 우연히 영감을 얻어 이노베이션이 이뤄진다는 미신을 다음과 같은 설명을 통해 한방에 무너뜨려 버린다.
“뉴턴의 사과가 떨어지던 궤적은 시대에 따라 계속 바뀌었다. 처음에는 먼 거리에서 관찰한 것으로 알려졌다가 나중에는 뉴턴의 발에 떨어진 것으로 전해지고 마침내는 뉴턴의 머리 위로 떨어진 것으로 기록되고 있다.”
마치 해킹 과정이 지루하고 따분하고 재미없기에 일반인들에게 알기 쉽게(?) 설명하려는 목적에서 수 많은 신문 기사와 영화에서 엄청나게 왜곡하는(해커들은 키보드에 손만 가져가면 암호가 풀리고, 바이러스만 침투시키면 심지어 외계인이 타고 온 모선의 중앙 컴퓨터도 통제가 가능해진다) 상황과 비슷하게, 이노베이션 역시 교육보다는 홍보를 위해 흥미 위주로 신화를 풀어나가고 있기에 일반 사람들에게 로또 당첨과 같이 특별한 운이 따라야만 뭔가 이노베이션이 이뤄진다는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셈이다.
자, 그렇다면 스콧 버쿤은 이노베이션이 이뤄지기 위해 무엇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을까? 다음과 같은 요소를 곰곰이 생각해보자.
- 개인이 아닌 집단적인 협력 프로세스: 에디슨은 독립적인 발명가가 아니라 수하에 뛰어난 발명가를 두고 두려움 없이 이노베이션을 실험하도록 만든 관리자에 가깝다.
- 설득의 중요성: 아무리 뛰어난 이노베이션이라고 할지라도 뒷돈을 대고 특허를 내주고 마케팅을 하고 제품을 사도록 설득하지 못하면 아무 소용이 없다. 단지 ‘시대를 앞서간’이라는 상투적인 수식어가 붙은 고만고만한 사건으로 기억되고 만다.
- 해결책이 아니라 문제점에서 출발: 해결책보다 문제점을 찾는 작업이 몇 배나 더 강력한 창의력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이노베이션이 이뤄지려면 사람들이 어떤 문제점 때문에 고민하는지 정확하게 꿰뚫어 볼 수 있어야 한다.
- 알맞은 때를 알기: 이노베이션이 가능하게 만들만한 강력한 기술이 부족하거나 사람들이 아직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상황에서는 이노베이션 자체가 가치를 발휘하지 못한다. 다른 사람이 고안했지만 이를 상용화해 실제로 현실에 투입한 사람에게 이노베이션의 아버지라는 영광이 돌아가는 경우는 역사상 여러 번에 걸쳐 일어났다.
- 탐구하고 노는 과정: 어린이들은 어떤 물건이 주어져도 이 물건을 만든 목적에 얽매이지 않고 끊임없이 탐구하고 노는 과정에서 다양한 활용 방안과 가치를 찾아낸다. 하지만 이런 훌륭한 이노베이션 기재를 성장하면서 모두 잃어버리는 듯이 보인다. 어른들은 설명서를 읽거나 인터넷에서 사용법을 찾음으로써 탐구하고 노는 과정을 건너뛰어버리기 마련이다.
이 책에서는 이노베이션이 바로 튀어나오도록 만들어주는 만병통치약이나 체크리스트를 제공하지는 않는다. 대신 간접적으로 이노베이션을 이해하도록 도와주는 역사적인 내용과 원론적인 이야기를 싣고 있으므로 독자 성향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을 반드시 짚고 넘어가자.
2번 타자 : 프리젠테이션 젠: 생각을 바꾸는 프리젠테이션 디자인
가르 레이놀즈 지음, 정순욱 옮김, 에이콘출판사 2008년 출간
제대로 된 프리젠테이션이란 무엇일까? 유감스럽지만 우리는 제대로 되지 않은 프리젠테이션에 대해서는 너무나 잘 알고 있는 반면에 제대로 된 프리젠테이션에 대해서는 아주 무지하다. 예를 들어, 손목 시계를 쳐다보며 ‘제발 이 지옥에서 어서 빨리 벗어나게 해주십시오’라고 속으로 부르짖는 경험을 해보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하지만 나도 저 사람처럼 멋지게 발표를 해봤으면 좋겠다고 부러움을 느낀 경우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한 손으로 꼽을 수 있을 것이다. 그만큼 가슴에 와 닿는 좋은 프리젠테이션을 경험하기는 어렵다.
주변에 프리젠테이션을 도와주는 각종 소프트웨어(템플릿이라는 이름으로 규칙을 제공한다), 화려한 기법을 자랑하며 사람들을 유혹하는 파워포인트 꾸미기 참고 서적(갖가지 정신 사납게 만드는 기법을 소개하며 규칙을 따르라고 말한다), 인터넷에 널린 클립아트(도토리 키재기 식의 천편일률적인 그림을 담고 있다) 등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된 프리젠테이션을 구경하기가 어려운 이유는 무엇일까?
『프리젠테이션 젠』을 집필한 가르 레이놀즈는 ‘규칙’이 아닌 ‘사고 방식’을 통해 프리젠테이션에 접근해야 한다고 말한다. 다시 말해, 프리젠테이션 세상에 널리고 널린 ‘규칙’은 제대로 된 프리젠테이션을 도와주기는 고사하고 방해하는 작용을 할 뿐이다. 『프리젠테이션 젠』은 바로 ‘사고 방식’을 전환함으로써 제대로 된 프리젠테이션으로 들어가는 길을 보여준다.
이 책은 크게 다섯 부분으로 나뉜다. 첫 도입부인 ‘들어가며’에서는 현재 비극에 가까운 프리젠테이션 상황을 제시하고 문제를 제기한다. 계속해서 이어지는 ‘준비’에서는 창조성에 대해 논하고, 컴퓨터를 떠난 구식 방법으로 아날로그식 기획 방법을 다루고, 이야기를 재미있게 만들어내는 기법인 스토리 텔링에 대해 논한다. ‘디자인’에서는 단순함에 대해 강조하고, 프리젠테이션 디자인 원리와 기술을 설명하고, 슬라이드 예제를 통해 실제로 어떻게 해야 훌륭한 프리젠테이션 디자인이 가능한지 보여준다. ‘발표’에서는 완전한 몰입을 통해 무아지경에 빠져 멋진 발표를 진행하는 방법을 소개하고 청중과 교감하는 방법을 정리한다. 마지막으로 ‘미래를 위한 도약’에서는 지금까지 익힌 내용을 바탕으로 앞으로 꾸준한 발전을 위해 참고할만한 팁을 소개한다.
이 책이 시중에 많이 나와있는 기존 파워포인트 책과 결정적으로 다른 점은 시시콜콜한 파워포인트 사용법이나 슬라이드를 화려하게 만드는 기교를 일절 배제하고 청중 입장에서 원하고 필요한 정보를 전달하는 힘을 극대화하면서도 디자인을 극도로 아끼는 방법을 제시하는 데 있다. 파워포인트 용법에 치우치다 보면 정작 가장 중요한 내용인 전달하고자 하는 핵심 메시지를 놓치기 쉽기 때문에 최소 디자인으로 최대 정보를 전달한다는 개념은 대역폭을 넓히는 작용을 하므로 아주 위력적이다. 아무런 디자인 장식 없이 옷 자체가 디자인 요소로 작용하는 옷이 번쩍거리는 온갖 촌스러운 장식이 달린 옷보다 훨씬 비싸게 팔리는 이유와 비슷하다. 옷이 아니라 사람에 초점을 맞추도록 도와줄 때 확실한 가치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주의 사항이 있다. 이 책을 읽는다고 바로 프리젠테이션 전문가가 되리라고 기대하면 곤란하다. 가르 레이놀즈가 책 본문에서 사례로 드는 예는 모두 이 바닥에서 나름 프리젠테이션 전문가라고 불리는 사람들이 고민해서 만든 자료이며, 대부분 이 서평을 읽는 독자들이 관심을 보일 구체적인 IT 관련 기술이 아니라 디자인/문화/철학/사상이라는 추상적인 개념을 다루고 있다는 사실을 놓쳐서는 안 된다(서문에서 가이 가와사키가 스티브 잡스와 빌 게이츠를 비교하는 슬라이드를 보여주는데, 애플은 디자인과 문화를 파는 회사이고 마이크로소프트는 고객 경험과 이를 구현하는 기술을 파는 회사이므로, 비교 대상이 조금 잘못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따라서, 뱁새가 황새 쫓아가다가 가랑이 잡아 째진다는 말이 있듯이 일반인이 이 책 내용을 읽고서 어설프게 따라 하면 오히려 더 우스운 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결국 『프리젠테이션 젠』은 제대로 된 프리젠테이션 자료를 만들고 청중 앞에서 멋지게 발표하기 위해 프리젠테이션 전문가에게 의뢰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고민이 들도록 눈높이를 키워주는 책일지도 모른다. 함정에 빠지지 않으려면 각자 상황에 맞춰 이 책 내용을 취사 선택하는 현명한 자세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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