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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자 책꽂이

연말 특집: ‘데드라인’을 다루는 컴퓨터 책 3선



양유성박재호 jrogue@gmail.com

임베디드 소프트웨어 개발자로 일하고 있다. 블로그 '컴퓨터 vs. 책'과 '프로젝트 관리'를 운영하고 있으며, "조엘 온 소프트웨어"를 비롯한 IT 전문서적 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2007년 12월 4일


데드라인: 소설로 읽는 프로젝트 관리

데드라인: 소설로 읽는 프로젝트 관리 톰 디마코 지음, 김덕규/류미경 옮김, 인사이트 2004년 출간

1997년 졸트 상 생산성 부문 수상작인 ‘데드라인: 소설로 읽는 프로젝트 관리’는 소프트웨어 관리에 얽힌 복잡한 이야기를 제대로 풀어 쓴 소설이다. 소설이라는 부제가 붙었지만 실제 소프트웨어 공학 분야에서 유명한 개발 방법론, 유명한 연구소, 유명한 인물을 이해가 쉽도록 조금씩 뒤바꿔 흥미롭게 만들었으므로 이 책에 나오는 내용은 실제로 프로젝트 진행 과정에서 활용 가능한 산출물이라고 봐도 무방하겠다.

아무래도 소설이니까 가장 중요한 줄거리를 살펴봐야겠다. 이 책은 통신회사를 그만둔 톰킨스가 소프트웨어 수출국으로 거듭나려는 모로비아라는 제3국을 다스리는 독재자에게 납치되어 데드라인 내에 정해진 프로젝트를 끝내기 위해 유명 소프트웨어 공학 관련 인물들의 도움을 받아가며 내부 방해세력과 한판 승부를 벌이는 좌충우돌 끝에 성공도 쟁취하고 깨달음도 얻는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제목이 의미하듯 제한된 시간 안에 행복한 결말로 끝을 내어야 하기 때문에 본문 내용 중 아주 심각한 갈등이나 반전은 등장하지 않지만, 마치 동굴 속에 빠진 주인공이 무림 비급을 조금씩 익혀나가서 나중에는 당대 최고수가 된다는 무협지를 연상하게 만드는, 어려운 환경에서 커나가야 하는 프로젝트 관리자의 성장기를 읽는 듯한 느낌을 주므로 작은 재미가 솔솔하다.

소설 형식을 빌리고 있기 때문에 인물이나 사건 사이에 숨어있는 인과 관계를 표현하는 플롯을 찾지 못하고 이야기의 시간적 경과나 진행을 강조하는 스토리에만 푹 빠져버릴 가능성도 있지만, 다행히도 성장 소설이 흔히 취하는 형식을 본 따 이 책에서는 각 장마다 그 장에서 깨달은 내용을 차례차례 정리해 즐거움과 함께 교훈을 되새길 수 있도록 독자를 배려하고 있다.

책 본문 중 데드라인과 관련해 등장하는 멋진 이야기를 옮겨 보겠다.

  • 하루를 잃어버리는 무수한 방법이 존재한다. 하지만 잃어버린 하루를 되돌리는 방법은 존재하지 않는다.
  • 압력 하에 놓인 사람들은 더 빠르게 생각하지 못한다.
  • 소름 끼치는 생각: 압력과 초과 근무에 기대는 주요 이유는 프로젝트가 실패했을 때 변명거리를 만들기 위해서이다.

톰 디마코가 지은 ‘피플웨어: 정말로 일하고 싶어지는 직장 만들기’와 마찬가지로 ‘데드라인’ 역시 소프트웨어 개발 문제는 ‘사람’ 문제이며, 올바른 인재를 찾아내어 적재적소에 배치하고, 제대로 업무를 분장하고, 동기를 부여하고, 팀을 구성해 결속력을 다져 나가야만 데드라인에 맞서 승리할 수 있다는 결론을 내린다. 현실에서 흔히 부딪히는 엉터리 팀 구성, 일정 압축, 협박을 통한 동기 부여, 조직 내 주도권 다툼, 형편없는 상사에서 벗어나 잠시 동안이라도 소설 속 주인공처럼 자신이 원하는 소프트웨어 개발 세상을 그려보며 상상의 나래를 펼쳐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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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드라인: 데드라인 정복 사례를 통해 배우는 성공 기업의 조건

데드라인: 데드라인 정복 사례를 통해 배우는 성공 기업의 조건 댄 캐리슨 지음, 이진원 옮김, 미래의 창 2003년 출간

데드라인에 당당히 맞서 승리한 사람들을 보면 저절로 존경심이 들기 마련이다. 상당히 유감스럽지만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끝내주는 제품을 데드라인이 다가 오기 전에 제대로 만들었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기억이 가물가물하다(혹시 이런 사례를 알고 있으면 전자편지로 꼭 연락 부탁 드리겠다). 따라서 데드라인 성공 사례는 소프트웨어 분야가 아니라 역사와 전통이 오래된 다른 분야에서 찾는 편이 현실적일지도 모르겠다.

이 책은 평상시에 아주 부정적인 의미로 사용되는 ‘데드라인’을 이겨내고 승리한 원동력을 분석해서 성공한 기업의 조건을 파헤치고 있다. 이 책에서는 어려운 악조건을 이기고 데드라인 내에 NFL 경기장을 만든 터너 건설, 테크니컬러와 손잡고 매일매일이 데드라인이라는 전대미문의 필름 배송 시스템을 만들어낸 에어본 익스프레스, ‘더 빨리, 더 좋게, 더 싸게’라는 달성 불가능한 목표를 달성한 JPL과 록히드 마틴 사, 제한된 시간 내에 납치범을 검거하는 FBI 수사관, 777 여객기를 제 때 UA에 인도한 보잉 사, 자사 인력을 자원 봉사 형식으로 투입해 정확하게 기간 내에 수해 지역 긴급 복구 작업을 끝낸 코노코 사 이야기가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이 책은 각기 다른 회사 사례를 들어 데드라인 달성에 적합한 프로젝트 관리 기법을 소개하므로 뜬구름 잡는 이야기(예: 운동을 열심히 하면 건강을 유지한다는 주장만큼이나 모호한 “회사 분위기나 팀워크만 좋으면 데드라인 전에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와 같은 주장)를 늘어놓는 다른 '성공' 서적과는 확실히 차별화를 이뤄내고 있다. 데드라인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점, 이에 대한 해결책, 사후 분석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각도로 데드라인을 분석해 들어가므로 (특히 데드라인이 임박해 분초를 다투는 중요한) 프로젝트 관리에 필요한 다양한 최고 관례를 실제 사례를 통해 배울 수 있다.

책 본문 중 데드라인과 관련해 등장하는 흥미로운 극복 방안을 몇 가지 옮겨 보겠다.

  • 할 수 있는 곳에서 시작하라. 준비를 위해 기다리지 마라.
  • 정말로 불가능한 임무라면 받아들이지 마라. 좀더 현실적인 일정을 제시하거나 포기하라.
  • ‘천천히’ 할 때가 ‘더 빨리’ 할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하라.
  • 팀원이 지쳐 쓰러지지 않도록 선제적으로 대응하라.
  • 일찍, 그리고 자주 공유해라.

데드라인을 회피하고 눌리기보다는 데드라인에 적극적으로 대응해 이를 성공의 발판으로 삼은 기업 이야기는 특히 소프트웨어 개발자에게 시사하는 바가 많다. 소프트웨어 개발은 대부분 데드라인을 넘기기 마련인데(물론 안 그런 프로젝트도 있지만... 아주 찾기 드물기에 천연 기념물 수준이다), 항공기나 우주선 제작과 같이 상상을 초월하는 복잡도를 보이는 프로젝트이거나 시간에 생사가 달렸기에 심리적인 압박이 어마어마한 프로젝트를 데드라인에 맞춰 진행하는 회사가 존재한다는 사실 자체가 무척 고무적이다. 다른 분야에 있는 회사도 데드라인을 맞추는데 소프트웨어 회사라고 딱히 하지 못할 이유가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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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행진: Death March

죽음의 행진: Death March 에드워드 요돈 지음, 김병호, 백승엽 옮김, 소동 2005년 출간

프로젝트 ‘데드라인’과 가장 잘 어울리는 단어가 무엇일까? 소프트웨어 업계에서 잠시라도 경력을 쌓은 개발자라면 바로 야근의 연속, 철야, 휴일 특근으로 대표되는 ‘죽음의 행진’을 떠올리기 마련이다. 소프트웨어 업계에서 다람쥐 쳇바퀴 돌듯이 반복되고 있는 고질병인 ‘죽음의 행진’은 일정, 자원, 범위 등이 비정상적이라서 개발자들이 죽어라고 달려도 제자리를 벗어나지 못하는 비정상적인 프로젝트를 일컫는다.

이 책은 공포스럽기까지 하는 ‘죽음의 행진’을 주제로 하루가 달리 변화하는 기술, 모 그룹사 광고처럼 1등이 아니면 기억되지 않는다는 치열한 경쟁, 자국 내에서만 경쟁하는 편안함에서 벗어나 인도/중국을 비롯한 신흥 개발도상국의 도전에서 비롯된 세계화로 인해 날이 갈수록 심화되는 소프트웨어 분야의 병폐를 날카롭게 분석하고 있는데, 만병통치약 선전에 가깝게 성공 사례만을 나열하는 책들과는 달리 겉으로는 화려해 보이는 소프트웨어 개발에 길게 드리운 어두운 이면을 거침없이 드러낸다.

기존 소프트웨어 공학 서적과는 달리 다양한 분야를 넘나들며 죽음의 행진을 멈출 방법을 모색하는 이 책은 크게 죽음의 행진 프로젝트의 특성을 살펴보고 정치적인 문제점을 파악한 다음에 죽음의 행진을 멈출 협상 방법을 설명하고, 죽음의 프로젝트에 뛰어든 사람들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그리고 구체적인 내용으로 들어가 죽음의 행진을 멈출 프로세스, 프로세스 역학, 제약 이론, 시간 관리, 진척 통제, 도구와 기술을 설명하고 모의 전쟁과 가상 프로젝트로 마무리를 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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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본문 중 데드라인과 관련해서 등장하는 몇 가지 주의 사항을 옮겨 보겠다.

  • 유사한 프로젝트 수행 과정에서 얻은 통계 자료와 비교해서 10%를 초과하는 일정 압축을 기대하지 마라. 즉, 데드라인을 10% 앞당기기는 불가능하다.
  • 새로운 기술로 일정 압축을 정당화하지 마라. 즉, 아무리 멋지고 새로운 기술이더라도 데드라인을 앞당기지 못한다.
  • 출시할 소프트웨어 기능을 10% 이상 줄이지 않고서 10% 이상 늘어난 일정을 앞당기리라 기대하지 마라. 즉, 한번 빗나간 일정은 돌이킬 수 없으며, 데드라인에 걸려 죽음을 기다릴 뿐이다.

이렇듯 개발자 모두에게 금기시되는 ‘죽음의 행진’을 다루다 보니 책 전반에 흐르는 분위기는 냉소적이고 까칠까칠하고 심지어 절망적이기까지 하다. 소프트웨어라는 분야가 비교적 최근에 등장했기 때문에 다른 공학 분야에 비해 아직 걸음마 단계라는 사실을 고려해볼 때 당연한 결과라는 생각이 들긴 하지만 읽는 도중에 자신도 모르게 나오는 한숨을 감추기 어려우리라. 초판이 나온 이후에 여러 독자들이 현장의 목소리를 생생하게 전하는 전자편지 사본까지 각 장 뒤에 따라 나오는 노트에 붙어 있으므로 전반적인 업계 분위기를 함께 느껴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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