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웨어 분야에서 수출이나 해외 진출 사례는 다른 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지 않습니다. 언어•문화 장벽이 큰 이유일 것입니다. 이번 인터뷰에서는 처음부터 해외 시장을 목표로 웹 서비스 개발을 시작한 파프리카 랩의 이창수 님을 만나보았습니다.
|
루비온레일스를 공부하면서 서비스를 개발했다고 하는데 그와 같은 기술적 모험을 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대학, 대학원 시절에는 주로 MS 윈도 애플리케이션 개발을 했고, 웹 개발은 가끔 아르바이트로 하는 정도였고 전 직장에서는 주 업무가 프로젝트 관리여서 3년 정도 코딩을 손에서 놓게 됐습니다. 그 사이에 웹 기술이 많이 변해 창업할 즈음에는 어차피 새로 배워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뭘 배울까 고르다 루비온레일스 스크린캐스트를 보고 루비를 배우기로 결정했습니다.
|
 |
 |
|
배워 가면서 서비스를 개발한다는 게 쉽지는 않았을 것 같은데…
모르는 게 무엇인지를 모르는 데서 오는 어려움이 더 큰 것 같습니다. 모르는 게 무엇인지를 알면 그걸 배워서 문제없이 동작하는 깔끔한 코드로 구현하면 되지만 아는 것만 가지고 계속 하다 보면 문제를 해결하기는 해도 지저분한 해법이 나오게 됩니다. 그 때는 뭘 모르는지 모르니까요. 그러다 나중에 뭘 몰랐는지 알고 나서 기존에 했던 것을 보면 별 문제 없이 잘 돌아가는 것이라도 ‘바보처럼 만들었구나’ 하고 깨닫습니다. 지금도 제가 모르는 좋은 기술이 더 많이 있을 겁니다. 결국 지금 만들고 있는 것들을 향후에 언제든지 더 좋은 기술로 리팩토링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만 마음 편하게 인정한다면, 무엇을 익혀 나가는 것은 즐거움이지, 어려움은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
 |
 |
|
선택에 만족하시나요.
처음에는 루비온레일스의 장점을 보고 선택한 것인데 개발을 하다 보니 요즘은 루비 자체에 매력을 많이 느껴 레일스 프레임워크를 벗어난 루비 코드를 많이 사용합니다. 기대했던 것보다 더 많이 만족감을 느끼며 개발을 하고 있습니다. 우선 C나 자바에서는 수고가 많이 들어가는 문제를 현명하게 풀 수 있는 솔루션이 많아 코딩하는 게 재미있습니다. 또 기존 클래스를 쉽게 확장해 쓸 수 있다든지 하는 루비의 ‘말랑말랑한’ 동적인 특성이 주는 즐거움도 큽니다. 무엇보다도 회사에 지적 자산이 많이 쌓이는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개발에 필요한 나름의 패턴을 구상하기도 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한 라이브러리들을 개발해 나가면서 개발 결과물의 품질도 올라가고, 또 회사의 경쟁력도 생기는 것 같습니다. 아직은 결실을 냈다고 할 수는 없지만 어떤 식으로 개발할 것인지에 대해 예전보다 더 많이 생각하게 됐고 하나씩 이뤄가려 하는 중입니다.
|
 |
 |
|
꼭 포털 서비스가 아니더라도 확장성 문제는 피해갈 수 없는 것으로 보입니다. 어떻게 대비하실 계획인가요.
37signals에서 Getting Real(편집자 주: 한국어 번역)이란 책을 냈습니다. ‘경쟁력 있는 웹 애플리케이션을 만드는 방법’을 소개한 책인데, 확장성과 관련된 내용이 있습니다. ‘확장은 정말로 필요할 때’ 하라는 것인데요. 이제 갓 만들기 시작했는데 ‘사용자 1000만 명’을 고민하기보다는 현재 있는 문제(예: 핵심 기능 구현)를 먼저 해결하라는 것입니다. 파프리카 랩도 그런 철학에 따라 당장은 확장성에 대해 많이는 고민하고 있지 않습니다. 아쉽게도(?) 아직은 확장성 문제를 풀 단계가 아니기도 하고요. (웃음)
|
 |
 |
|
서비스 기획•개발 시 중점을 두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100만 명을 조금씩 만족시키는 서비스보다는 10만 명이라도 깊게 만족시키는 서비스를 만들려 합니다. 그렇다면 그 10만 명이 어떤 사람들이냐가 문제입니다. 사실 사람들은 자신이 바라는 것을 피상적으로 표현할 때가 많습니다. 그런 이야기들을 엮어 만들면 어중간한 서비스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오히려 ‘우리가 실제로 필요하고 재미를 느끼고 깊게 공감하는’ 서비스를 만들어 우리와 동류의 사람들이 쓰게 해 그런 사용자들과 더 교감할 수 있게 되는 것이 좋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
 |
 |
|
기술적 극한에 도전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 적은 없었나요.
개발과 경영을 함께 하는 위치이다 보니 과욕을 조심하게 됩니다. 개발자가 느끼는 만족감이 크게 자기 코드에서 얻는 만족감, 예를 들어 버그를 잡았다든지, 며칠 밤을 세워 제대로 동작하는 코드를 만들었을 때의 성취감인데 이를 1차적 만족이라고 한다면 결국에는 그것이 세상에 나가 쓰임을 받을 때 “이 제품(또는 서비스) 때문에 도움을 받았다”, “행복하다” 같은 반응을 얻는 게 더 높은 단계의 성취감이고 그 단계로 회사가 나갈 수 있어야 성공한다고 봅니다. 기술적으로만 너무 몰입하지 않고 시장을 통찰력 있게 살펴 볼 수 있는 균형 감각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
 |
|
적은 인원이라 발 빠르게 일할 수 있는 대신 아쉬운 부분도 있을 것 같습니다.
갓 시작했고 인지도도 높지 않은 회사이지만 “실행력이 있다”고 칭찬해 주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다만 아쉬운 점은 아이디어 풀에 좋은 구상이 많이 쌓여 있지만 문제는 서비스라는 것이 두어 달 만들고 나서 끝나는 게 아니라 계속 가다듬어 제대로 된 서비스로 거듭나게 해야 하는데, 그에 필요한 리소스가 충분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파프리카 랩의 역량을 앞으로 더 채워나가야 하는 부분도 있고 인원도 많지 않고요. 그래서 애초에는 아이디어 풀의 아이디어를 빨리 구현하는 데 중점을 둘 생각이었는데 이제는 이미 구현한 것을 좀 더 정교하게 다듬는 작업에 초점을 두고 있습니다. 이를테면 처음 아이디어가 분명히 드러나 있는지 점검하고 그에 필요한 작업을 위주로 하고 있습니다. 또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제품을 사용자에게 알리고 다가가는 과정이 부족하다는 것인데 어떻게 할지 고민중입니다.
|
 |
 |
|
회사를 시작하신 지 1년이 되어 가는데 스스로에게 신나는 기간이었는지 궁금합니다.
1년 간 무척 재미있게 일했습니다. 사실 창업 초기 벤처라는 것이 기존 직장에서 일할 때와는 경제적 보상이 비교가 되질 않는 환경입니다. 생활이 겨우 되는 수준에, 일은 훨씬 많으니까요. 재미가 없다면 굳이 할 이유가 없는 일이죠. 석사 시절 연구를 하고 논문을 쓰던 때를 떠올려 보면 자기 스스로 우선순위를 정하고 일정을 잡고 발표를 하고 피드백을 받고 다시 보강해 발표를 하는 식으로 주도적으로 하는 일이었습니다. 연구의 가장 큰 매력이죠. 다만 아쉬웠던 것은 연구한 것이 실제로 세상에서 얼마나 영향력 있게 쓰이는지를 바로 알 수 없다는 점이었습니다. 그래서 회사에 들어갔는데 세상에서 어떻게 쓰이는지는 잘 알 수 있는 일을 하지만, 반대로 여러 의사 결정권자들이 개입을 하다 보니 자기 주도성이 상대적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는 것을 많이 느꼈습니다. 자기 주도적이면서 세상에 영향을 미치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다 결국 창업을 한 것이고요. 그 선택이 맞았다고 생각합니다.
|
 |
 |
|
창업 즈음에 결혼을 하셨고 아무래도 직장에 다닐 때보다 일을 많이 하게 될 때가 있는데 일과 가정의 균형은 어떻게 유지하시나요.
아내가 많이 이해해 줍니다. (웃음) 결국 시간이란 한정되어 있는 것인데 일을 하고 남는 시간에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일을 하고 “사업 때문에 가정에 소홀하다”라고 이야기하는 사람이 의외로 많습니다. 어차피 사람은 24시간 내내 일할 수 없으므로 적어도 일을 끝내고 나서 무엇이 중요한지에 대한 우선순위를 명확하게 해야 할 것 같습니다.
|
 |
 |
|
파프리카 랩 블로그에 나온 ‘fresh web’이란 무엇인가요.
회사에서 일하던 시절 좋은 아이디어를 내는 사람이 많았는데 여러 가지 이유 때문에 그 ‘신선함’이 떨어지는 것을 종종 봤습니다. 아이디어가 위에서 거부당한다든지,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졌는데 원래 아이디어에 이것저것 가져다 붙이다가 기획 의도가 뭔지 알 수 없게 되어 버리는 경우가 그 예입니다. 갑-을 관계 형태의 개발에서는 이런 현상이 더 심했고 안타까웠습니다. 의사 결정 구조, 개발자-기획자의 역할과 서비스에 대한 관점, 사용자 조사 등 면에서 신선함을 유지하고 싶었습니다. 결과적으로 ‘fresh web’이란 문구를 만들고 보니 파프리카가 야채이기 때문에 ‘신선하다’라는 말이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웃음)
|
 |
 |
|
자신에게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란 무엇인가요.
어떤 일을 꾸준히 하는 사람을 당하기란 어려운 것 같습니다. 그런데 며칠씩 새벽 동이 틀 때까지 일한다면 몇 달은 어떻게 버티더라도 몇 년씩 그렇게 일할 수는 없을 겁니다. 일종의 열정 관리를 못하는 것일 수도 있는데 그러다 가정에 문제가 생기면 가정 문제 때문에 일을 또 못하게 되죠. 천재가 아닌 이상 뭐든 장기적으로 할 수 있어야 성공할 가능성이 높아지므로 노력을 장기간 지속할 수 있는 구조를 짜야 합니다. 결국 지속 가능성이란 그러한 구조를 잘 짜는 일일 겁니다. 외형적 성장에만 치중해 회사가 갑작스럽게 성장하면 내부적으로 단단한 구조를 만들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조직이 회사 구성원의 자발성과 열정이 유지되는 수준으로 유기적으로 성장하는 것이 좋다고 봅니다.
|
 |
 |
|
앞으로 계획을 말씀해 주세요.
지금까지 서비스를 개발할 때는 우리가 필요한 것과 사람들에게 채워지지 않은 필요를 찾아 만드는 데 주력하느라 수익 모델에 대해서는 많이 생각해 보지 못했습니다. 꼭 큰 성공은 아니더라도 안정적으로 수익을 얻으면서도 회사 철학에 어긋나지 않으며 사용자들도 행복할 수 있는 서비스를 개발하고 싶습니다.
|
 |
 |
|
|
 |
|
[이창수 소개] 2004년에 KAIST에서 자연언어처리 연구로 석사 학위를 받았고, 2007년까지 SK 텔레콤에서 다양한 신규 사업을 기획, 개발 총괄하였다. 이후 신선한 웹 서비스를 만드는 인터넷 기업 파프리카 랩을 창업하여 공동 대표를 맡고 있다. 기술, 경영, 열정, 여행을 키워드로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유지하고 있다.
|
| 이 문서 북마킹 하기
|
 |
 |
 |
 |
|
[지난 인터뷰 보기]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