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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가 아닌, 1인 게임 개발자 이야기”



오늘날의 대작 게임은 어찌 보면 블록버스터 영화와 다를 바 없습니다. 그리고 개발자는 그저 수많은 기술 스태프 중 한 사람이 되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번 인터뷰의 주인공은 기획, 스토리, 음악, 그래픽, 코딩 작업 등 게임의 모든 구성요소를 독립적으로 혼자서 개발하는 이른바 ‘1인 게임 개발자’ 박병용 님입니다. 선뜻 믿기지 않는 이 도전을 어떻게 할 수 있었는지, 무엇이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지 이야기를 나눠보았습니다.

편집자 주: 이번 인터뷰는 이메일로 진행됐고 김창준 님(http://agile.egloos.com)이 함께 했습니다.

박병용 | 1인 게임 개발자
donquixote8500@gmail.com


 
  박병용 dW: 어떤 계기로 1인 게임 개발을 시작하셨나요.
1998년, 고등학생 시절에 서점에서 게임 잡지를 보고 있었죠. 광고란의 한 귀퉁이에 '성균관대학교 600주년 게임 제작 공모전'이란 광고문구를 보았습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오락실에서 살다시피했던 저로선 '이참에 한번 제작에 도전해 봐야겠다'라고 생각했습니다. 그 시절 금상을 받았기에 지금도 게임을 개발하고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딱히 1인 개발을 염두에 둔 적은 없습니다. 그 때나 지금이나 지방에 사는 저로선 게임 제작 동료를 얻는다는 게 쉽지 않았고 회사에 들어갈 수 있는 시기에 군에 입대했기 때문에 시간적으로도 뭔가 기회가 없었던 것 같습니다. 2004년 군 복무를 마치고 그 해에 한국게임개발자협회의 독립게임개발 공모전에 참여했는데 감사하게도 대상을 받았습니다. 1인 개발이라는 프로세스에 적응됐다고도 할 수 있고 다(多)인 개발 프로세스에 적응하지 못했다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

dW: 1인 게임 개발은 어떤 점이 매력이 있나요.
'게임의 완성도를 어떻게 보느냐'의 관점만 바꿔본다면 개발 구성원이 필수조건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구성원들로 이루어진 조직적 개발의 경험이 전혀 없기 때문에 특별히 장점으로 언급할 수 있는 사항이 없는 것 같습니다만 게임을 개발하는 시간만을 보자면, ‘동료가 없으니 인간적 충돌이 없다(반면 개발하는 동안 개발자들 사이에서 느낄 수 있는 즐거움도 없다), 초반 게임 사용자들에게 어필하기 수월하다. 진심으로 게임 개발자를 걱정해주고 격려해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걸 확인할 수 있다’입니다.

dW: 1인 게임 개발자 간 네트워크가 있나요.
해외 역시 불법복제로 문제가 많지만 인디게임이 오래전부터 셰어웨어로 정착해 왔고, 개발자 간 채널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국내는 1인 게임 제작 시스템이 가능한 인디게임을 거론하기도 전에 산업적 패키지 게임 시장을 잃어버린 상태라고들 합니다. 국내에서 게임적 완성도를 높게 지향하는 1인 게임을 개발하는 개발자들이 여럿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예전에 '별바람'이란 호칭으로 통했고 현재 청강문화산업대학에서 가르치시는 김광삼 교수님과 안면이 있구요. 서버 네트워크 문제로 GPG 스터디라는 개발자 커뮤니티 사이트를 자주 참고하는데 활발하게 활동하지는 않습니다.

dW: '호루스 캐논'이 첫 작품인가요.
아뇨.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1998년에 미비하지만 '발푸르기스의 밤'이란 어드벤처 게임을 만들었습니다. 플레이타임 30분 정도에 지금 봐도 세계관이 충실한 작품이었다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dW: 호루스 캐논 개발 기간은 얼마나 걸렸나요.
호루스 캐논은 제대 후 2004년에 개발한 공모전 작품인 '캐치켓'에 개량을 한 작품입니다. 2003년 12월부터 개발을 시작해 2006년 10월에 공개했지만 개발에 전념한 시간을 보자면 대략 1년 정도라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dW: 호루스 캐논에서 아쉬운 점이 있었다면.
아쉬운 점이 참 많은 작품입니다. 평가판만을 공개했고 완성판이 없기 때문이죠. 호루스 캐논은 캐치켓을 온라인화하고자 개발한 작품이며 온라인을 통해 사용자가 '역할 놀이'의 본질적 재미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했던 포부가 큰 계획이었습니다. 그 '역할 놀이'라는 재미를 현재 '돈키호테 온라인'에 접목하려고 구상중이고 '돈키호테'에서 그 아쉬운 점을 달래고 싶습니다.

dW: '돈키호테 온라인'을 개발하면서 호루스 캐논 때와 달라진 점이 있다면.
먼저 호루스 캐논은 휴대기기를 염두에 둔 크기로 화면이 상당히 작았습니다. 공개한 플랫폼이 PC인데도 너무 작은 크기와 분산된 인터페이스로 사용자 접근성을 가로막았습니다. 현재 돈키호테는 풀 사이즈와 직관적인 사용법으로 사용자 인터페이스에 큰 변경을 주었습니다. 또, 호루스캐논은 온라인을 지원했지만 P2P로 사용자 간에 네트워크 플레이만을 지원하여 제가 온라인 환경에 변화를 주거나 관리를 하는 구조가 아니었습니다. 이에 반해 돈키호테는 P2P가 아닌 통합형 네트워크 구조로, 기업형 온라인 게임과 마찬가지로 제가 사용자들의 데이터와 게임 흐름을 관리하고 서비스를 할 수 있게 바꾸었습니다. 게임성의 변화는 장르가 변경됐기 때문에 달라지지 않은 점을 찾기가 더 어렵지 않을까 합니다.

dW: 1인 개발 과정에서 가장 고난도 병목은 무엇인가요.
게임을 개발하는 사람이라면 모두가 겪을 거라 생각하는 의욕 상실입니다. 음악을 만드는 경우는 조금 달랐지만 코드와 마우스, 타블렛과 같이 씨름할 때는 어느 순간 의욕이 사라지는 걸 자주 경험했습니다. 짧게는 며칠, 길게는 1년 정도 개발을 중단하기도 했습니다. 그러고 보니 여기서 1인 개발의 장점을 이야기할 수 있겠군요. 이런 병목에서 빠져나오려고 허우적대지 않아도 됩니다.

dW: 어떤 식으로 돌파하시나요.
다른 개발자들은 여행과 독서, 만화, 영화 등으로 극복한다고들 합니다. 위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1인 개발자로서 일정을 간섭 받지 않는 상황이라 돌파하기 위해 의식적으로 실천하는 경우는 별로 없었습니다. 올해의 병목은 돈키호테 개발로 너무 PC 앞에만 앉아 있어서인지 10kg 늘어난 체중이었습니다. 체중을 줄이기 위해 운동과 다이어트로 2달간 개발 작업 없이 14kg 정도 몸무게를 줄였습니다.

김창준: 타임머신을 타고 돈키호테 게임을 처음 개발하던 날로 돌아간다면 어떻게 다르게 하고 싶은가요?
돈키호테 온라인 개발을 시작한 것은 올 1월입니다. 되돌아갈 수는 없지만 아직 많이 지나가지도 않았기에 계속 초기 구상을 밀어붙여야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초기 구상에 문제가 없는 걸로 현재 평가하고 있고 또 통합형 온라인 서비스이기 때문에 보완, 수정할 수 있는 상황으로 보고 있습니다.

김창준: 기획, 디자인, 개발(클라이언트, 서버)을 모두 하셨는데 이런 기술•지식을 습득하는 학습의 노하우, 비결이 있었는지, 특별한 수련법이 있었는지요.
대다수 기술적 지식은 서적에서 얻었습니다. 제 게임에 사용되는 기술은 선구적 기술이 아니기에 검색과 열정이 있다면 누구나 구할 수 있습니다. 이에 반해 기획, 디자인은 서적이나 작품들에 대한 경험만으론 사용자들에게 어필할 수 없는, 직관적으로 와 닿는 부분이 있으므로 어느 정도 감각적인 면이 발휘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김창준: 개발 순서가 어떠했나요. 예를 들어 프로세스나 게임은 어떤 식으로 성장해 나갔는지, 어떤 기능들을 어떤 순서로 추가해 나갔나요.
다(多)인 개발 프로세스는 기획자의 완성된 기획을 시작으로 각 분야 인원들의 성과를 한데 모아 작품이 완성되는 구조로 알고 있습니다. 김창준 님 인터뷰의 애자일 프로세스가 그런 방법론에 변화를 주는 것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저는 이런 프로세스에서 자유로워서인지 그때그때 역동적인 변화가 가능했습니다. 흔히 뒤집어엎는다고들 하죠. 돈키호테를 예로 들면 초기엔 잠수정을 타고 심해로 탐험하는 시뮬레이션적인 게임 요소가 있었습니다. 어느 정도 개발이 진척돼 잠수정을 조종할 수 있는 시점이 왔지만 본 게임의 게임성을 해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자 과감히 삭제했습니다. 주요 게임 기능은 구현을 먼저 해보고 맘에 안 들면 수정하거나 삭제하는 과정을 반복했습니다. 그리 효율적이진 못하지만 의외의 곳에서 재미를 찾을 수 있기 때문에 구현이 먼저라고 보고 있습니다. 돈키호테는 온라인 서비스를 목적으로 개발 중인 게임이기에 사용자 성향과 기호에 의해 변화를 겪고 있습니다. 현재 돈키호테 개발은 끝나지 않았고 11월 29일~12월 1일까지 240명 정도를 대상으로 비공개 알파 테스트를 마쳤습니다. 이로써 많은 기능 추가와 변화가 있을 것 같습니다.

김창준: 1인 게임 개발 경험을 통해 얻은 의외의(애초에 예상 못한) 교훈은 무엇인가요.
'혼자 만든 게 아니다'라는 점입니다. 한 사람이 게임을 만들었다는 것과는 상관없이 게임을 즐기는 것 역시 확실히 창작의 영역으로 보고 있습니다. 게임상에서 커스텀 등 편집 기능으로 자신이 콘텐츠를 구현하는 것만이 아닌 자신에게 유희를 주는 활동을 스스로 게임 안에서 능동적으로 찾지 않으면, 그건 게임 사용자가 없는 상황과도 같다고 봅니다.

dW: 단순히 기술 개발만이 아닌 종합적인 창작의 영역에서 일하시는 것 같습니다. 누군가 자신을 '개발을 할 줄 아는 작가'라 부른다면 어떻게 반응하시겠어요.
매우 기분이 좋을 겁니다. 게임을 만드는 개발자라면 누구나 그러한 말을 듣고 싶어할 것이라 생각하고, 게임 개발자는 창조적이며 재미있는 발상을 보일 수 있는 부분에서 그 능력을 발휘해야 한다고 봅니다.

dW: 정신적으로나 체력면에서나 소모가 심할 것 같은데 기분 전환 같은 것은 어떻게 하시나요.
오랫동안 걷습니다. 최근엔 자주 걷지 못했지만 걷는 시간에는 기분 좋은 발상과 아이디어에 몰두하게 되는 걸 중학교 시절부터 알았습니다. 지금도 아이디어 구상이나 기분 전환이 필요할 땐 다람쥐처럼 거실을 계속 돌면서 실없이 혼잣말을 하곤 합니다. 하루라도 꿈을 꾸었다면 생각나는 꿈의 내용을 모두 적고 살을 붙입니다. 그리고선 그 꿈을 계속 되새기며 잠을 자죠. 그럼 꿈은 계속 이어지더군요.

dW: 쉽지 않은 작업을 하는 데 자신을 지탱해 주는 것은 무엇인가요.
누구나처럼 가족입니다. 아내와 아들, 딸, 부모님은 제가 게임을 계속 개발할 수 있게 하는 자극제이며 원동력입니다. 거기에 요즘은 알파 테스트에 참여한 사용자들이 포함됩니다. 식상한 이야기로 들릴 수 있지만 1인 개발자로서 사용자들과 직접적으로 대화를 나누기 시작하니 사용자의 존재가 굉장히 크다는 걸 가슴으로 느꼈습니다.

dW: 돈키호테 온라인의 향후 일정은 어떻게 되나요.
12월 1일에 1차 비공개 알파테스트를 마친 상태입니다. 매우 소중한 테스트였고 향후 일정과 방향을 결정하는 데 큰 축으로 작용했습니다. 12월 24일에 2차 비공개 테스트를 준비 중이며 내년에 정식 서비스 오픈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돈키호테는 총 4부작으로 시나리오 완결을 지어놓은 상태로 계획에 차질이 없다면 2008년에 마무리할 수 있을 것으로 봅니다.

dW: 차기작에 대한 구상도 하시나요.
플랫폼에 변화를 추구하는 게임을 구현하고 싶고 이를 소극장용 게임이라고 이름을 붙였습니다. 게임 플랫폼은 현재 게임 콘솔, PC, 휴대 콘솔 등의 하드웨어로 구분돼 있는데 그러한 게임 플랫폼에 소극장이란 플랫폼을 추가하고 싶습니다. 오프라인 소극장 스크린에서 다수의 사람이 모여 컨트롤러가 부착되어 있는 좌석에 앉아 플레이를 할 수 있는 구조의 게임을 개발하고 그러한 극장용 게임은 PC나 기타 게임 플랫폼과 온라인화돼 온라인 네트워크를 이루는 모습을 구상하고 구현하려 합니다. PC 온라인 게임, 콘솔 게임, 휴대전화 게임 등 플랫폼적 장르에 극장용 게임이라는 플랫폼 추가가 차기작에서 이뤄지길 바랍니다. PC방의 발전적 형태로 볼 수도 있겠죠.

dW: 평생의 걸작을 만든다면 어떤 형태가 될 거라 예상하시나요.
앞서 말한 차기작이라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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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용 소개] 1998년 1인 게임 개발자로 게임 개발을 시작했고, 2004년 캐치캣이란 게임을 거쳐 2006년 호루스캐논이라는 게임을 공개한 후, 현재는 돈키호테 온라인이라는 게임을 베타 테스트 중인 1인 게임 개발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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