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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봄과 소통을 위한 터를 만드는 사람들



국내에서 개발자들이 진출하는 분야는 비교적 한정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이번 인터뷰에서는 조금 색다른 길을 걷는 개발자들을 만났습니다. 대안학교를 비롯한 여러 대안교육 현장에서 일어나는 학습 경험을 공유하고 필요한 이들에게 배움의 기회를 제공하고자 하는 ‘온라인 학습 생태계’ 프로젝트 개발팀을 만나 대안교육 현장을 돕는 개발자들의 노력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온라인 학습 생태계 프로젝트 개발팀

사진: 왼쪽부터 정미영, 노우경, 이남우

  프로젝트에 대해 소개해 주세요.
노우경: 연세대학교 청년문화원에서 진행하는 프로젝트로 대안학습 현장들을 네트워크로 연결하는 작업입니다.
이남우: 대안학습 현장들이 약간씩 단절되어 있고 소통이 부족한 상황입니다. 온라인에서 경험을 공유함으로써 좀 더 나은 대안학습 현장을 만들자는 의도입니다. 나중에 수업 내용이 쌓이면 그 내용을 활용해 대안학교에 가지 않더라도 대안학습을 할 수 있겠죠.

프로젝트는 현재 어느 정도 진행됐나요.
정미영: 초기 기획 단계는 끝났고 뼈대라 할 수 있는 부분들을 세워 나가는 중입니다.
이남우: 지금까지는 기존 CMS(Content Management System)를 이용해 수업마다 온라인 환경을 제공하는 실험을 해왔고 얼마 전부터 본격적으로 자체 시스템 개발을 시작해 현재 기본적인 CMS와 SNS(Social Network Service) 기능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학습 생태계 프로젝트의 비전을 기술적으로 어떻게 구체화해 오셨나요.
정미영: 각각의 대안학습 현장마다 특징이 있어서 기본적으로는 오프라인 현장에서 쓰는 기능들을 온라인에서도 쓸 수 있게 만들어야 하고 필요하다면 오픈API와 연동하는 것도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남우: 그 동안의 경과를 말씀 드리면… 이러닝을 위해 만들어진 오픈 소스 애플리케이션들이 있었습니다. 예를 들면 드루팔 같은 것들을 활용하려는 것을 우선적으로 검토했는데 그 애플리케이션들이 기존 공교육 시스템과는 잘 맞았지만 대안교육 현장과는 잘 맞지 않는 면이 있고 사용자 인터페이스를 다듬어야 한다든지 하는 부분이 있어 결국 루비온레일스로 플랫폼을 새로 만들기로 결정했습니다.
정미영: 이런 서비스가 시도된 적이 거의 없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외부 자원을 가져오더라도 온라인 학습 생태계에 맞게 고쳐야 합니다. 기존 LMS(Learning Management System)들은 외국 상황에 맞게 특성화되어 있어 국내 대안학습 상황에 맞게 바꿔야 했습니다. 기능 자체는 좋았지만 당장 쓰기에는 힘들었고 자체 개발 쪽으로 방향을 틀었습니다.

이번 프로젝트 기간 동안 이루려는 목표는 무엇인가요.
정미영: 메타 사이트라는 이름으로 SNS 기능, 교과 과정•학습 자료 지원 기능을 완성하려고 합니다.
이남우: 일단 오프라인에서 진행되는 수업 내용을 온라인으로 옮기고 그에 대해 학생들이 피드백을 남기면서 학생들과 선생님들이 서로 소통하는 것이 기본 골격으로 잡혀 있구요. 그 이후에는 실제 사용 케이스를 보면서 추가 개발을 해나갈 계획입니다.
정미영: 개발하면서 ‘돌봄과 소통’을 중시합니다. 학습 자료가 올라간다고 해서 그것에만 집중하지는 않습니다. 사실 그런 일을 하는 기존 온라인 학습 사이트들이 이미 있으니까요. 그보다는 대안교육에서 학생에 대한 돌봄과 소통이 일어날 수 있도록 기술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기반을 12월까지 만들어갈 예정입니다.

전부터 대안교육에 관심이 있으셨나요.
노우경: 예. 전에 EBS에서 독일의 발도로프 학교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본 적이 있습니다. 그 후로 관심은 있었지만 실제로 대안교육에 관련된 일을 할 기회는 거의 없었습니다.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대안교육 현장에서 실제로 일하시는 분들을 알게 되고 사회적 책임감을 갖고 함께 고민하면서 일할 수 있다는 점이 좋습니다.
이남우: 전에는 교육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한 적이 별로 없었습니다. 곧 아기가 태어날 예정인데 마침 이 프로젝트가 있다는 걸 알게 됐고 ‘이 프로젝트야말로 의미가 있는 일이겠다’라고 생각하고 참여하기로 했습니다.
정미영: 지금까지는 대체로 기업 쪽 프로젝트를 했는데 그것과는 좀 떨어진 새로운 분야여서 (두 분만큼 관심이 높지는 않았지만) 어느 정도 관심이 있었습니다.

이런 새로운 기획을 실행할 때는 초기 멤버들이 보통 온몸 바쳐 일하기 마련인데 주 30시간 근무라는 아이디어는 어떻게 나왔나요.
정미영: 이 프로젝트가 시작되기 전에 애자일 컨설팅의 김창준 님이 제안해 받아들여진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남우: 열정과 근무 시간이 반드시 비례해야 하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정미영: 사실 긴 시간을 중간중간 허비하면서 일하는 것보다는 짧은 시간 동안 바짝 집중해 일하는 것이 더 효율적인 것 같습니다.

주 30시간 근무로 인간적인 생활을 하고 있다고 소개된 것을 봤는데 어떤 인간적인 생활을 하시고 있나요.
정미영: 프리랜서 개발자로 일하면서 과도하게 일하지 않게 스스로 조정을 하고 있었는데 올 초 공공 프로젝트를 하면서 꽤 힘들었던 적이 있습니다. 프로젝트 막바지에 투입되어 하루에 네 시간밖에 못 자거나 잠이 들어도 풀리지 않는 문제가 머리 속에서 계속 떠올라 제대로 자지 못하는 생활을 1~2주 가량 하니 한계에 부딪히더군요. 이렇게 일하면 안 되겠다는 걸 절감했습니다. 지금은 그 때에 비하면 일하는 시간이 많이 준 거죠. 대신 시간이 나는 만큼 더 잘 활용해야 합니다. 한없이 풀어질 수 있거든요.
노우경: 사람을 더 많이 만날 수 있고 남는 시간에 관심 있는 ‘마이크로프로젝트’를 할 수 있었습니다. 얼마 전에 유니크카드 사이트 개발을 돕기도 했습니다.
이남우: 저는 직장 생활을 하면서 1주일에 두 번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는데 원 직장에서도 야근은 하지 않습니다. 퇴근 이후 시간에는 1주일에 두 번씩 스터디를 하는데 요즘은 실제 제품을 새로 만드는 형식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남우 님은 ‘코드가 맞는 프로그래머를 알게 되는 것만큼 즐거운 일도 많지 않다’는 글을 쓰셨던데 어떤 면에서 즐거우셨나요.
이남우: 관심사가 비슷한 사람을 뜻한 것이었습니다. 기획자의 언어로 말하자면 기획적인 고민이랄까요… 코드 효율성을 생각하기보다는 어떤 가치를 줄 것인지 생각하는 것이 기획자의 고민인데 같은 고민을 하는 개발자들을 만난 것을 그렇게 표현했습니다. 언제든지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상대가 있다는 점이 좋습니다.

인문학적 배경을 지닌 분들과 일하면서 어떤 점을 느끼셨나요.
노우경: 기술에 관한 배경 지식이 없으시다 보니 진행이 원활하지 않았을 때도 있어 약간 아쉬웠지만 그 외의 면에서는 한 분 한 분 다 소중한 분들이라는 느낌이 들었고 그전에 회사 일을 하던 때와 달리 더 편안했습니다.
정미영: 배경 지식이나 사고 방식이 다르다는 점을 느꼈습니다. 웹 쪽 작업을 하신 분이 거의 없어 사용하는 용어를 통일하는 데 시간이 좀 걸렸던 것 같습니다. 전에는 정해진 틀이 있고 그에 맞춰 일했는데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필요한 부분을 맞춰 나가며 하나씩 쌓아나가는 경험을 했습니다. 처음에는 서로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어서 좀 답답해질 수도 있었는데 지나고 보니 괜찮아졌고 조율하는 것이 중요함을 알았습니다.
노우경: 많이 도와주시죠.
정미영: 적극적이시구요. 지금까지 웹 쪽으로 구현하고자 했던 것에 대한 생각은 있었지만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가 개발자들이 구현하는 것을 보고 여러 좋은 아이디어를 더 내주시고 있습니다.

구인 공고를 보니 ‘다양한 어른들의 조언’에 대한 언급이 있던데 어떤 것들을 얻으시나요.
노우경: 컴퓨터 앞에서만 일하다 보니 새로운 사람들을 더 이상 만나기 어려웠는데 이 프로젝트를 통해 다양한 사람들을 자연스럽게 알게 됐습니다.
정미영: 생각만 하거나 정리되지 않는 문제들에 대해 짚어 주시죠. 자주는 뵙지 못하지만 그 분들의 코칭을 받으면서 시야가 넓어지는 기회가 됐습니다.
노우경: 사실 대안교육이라고 해서 공교육에 적응하지 못한 학생들이 다니는 곳은 아닙니다. 수업 진행 방식도 상당히 앞서 있구요. 처음에 공교육 방식의 숙제 내고 점수 내는 시스템을 만들 뻔 했던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진보적인 대안학습 현장을 보조하는 사이트를 만드는데 그에 어울리지 않게 사이트에서는 공교육 같은 모습이 드러나는 걸 보고 현장을 제대로 따라가지 못하고 있음을 깨달았습니다. 사용자들이 쓰지 못할 시스템 쪽으로 나가고 있었던 거죠. 현장에서 정말 배울 게 많습니다. 지금 진행 중인 청소년 인문학 수업이 그 예가 될 수 있는데요.
이남우: 김찬호 선생님이 쓰신 책을 가지고 진행하는 수업입니다. 하자센터에 진행되지만 여러 학교에서 온 학생들이 참여하고 있습니다. 수업 현장에 가서 보고 놀랐습니다. 수업 내용도 좋지만 웬만한 대학 수업보다 참여도도 높았구요.
정미영: 그런 오프라인의 특수성을 온라인에 녹여 내는 게 지금도 계속 고민하는 문제입니다.
이남우: 대안교육이라는 것이 아직은 고정된 시스템을 갖춘 것이 아니라 계속 변화하고 있기 때문에 그에 맞는 시스템을 제공하는 것이 힘든 일 같습니다.

지금까지의 프로젝트 소감을 나눠주세요.
노우경: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좋은 사람들 옆에서 일하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이남우: 교육을 위해 일하는 것이 좋고 세상과 미래를 위한 일에 참여할 수 있어 운이 좋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정미영: 일을 재미있게 한다는 점이 좋습니다. 물론 일에 대한 고민이 있고 스트레스도 받지만 일반 기업에서 개발자들이 느끼는 스트레스와는 다르니까요. 그리고 주 30시간을 강조하자는 것은 아니지만 정해진 근무 프로세스가 잘 지켜지는 근무 환경에도 만족합니다.

앞으로 기대하시는 것과 프로젝트 종료 후 계획이 있으시면 소개해 주세요.
정미영: 프로젝트가 계속 잘 진행되어 대안학습 현장뿐만 아니라 더 힘든 환경에 있는 공부방 같은 곳에도 도움이 되면 좋겠습니다. 프로젝트가 끝나 다른 곳에서 일하더라도 이 프로젝트 기간 동안 배운 일하는 방식들을 계속 유지하고 싶습니다.
이남우: 저희가 프로젝트에 쏟은 에너지와 애정이 실제 사용자들에게 가치로 잘 전달되기를 바랍니다.
노우경: 최대한 즐겁게 일하고 제 스스로를 수양하는 기회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이 곳에 와서 개발뿐만이 아니라 제가 해야 할 일이 더 많아졌다고 생각합니다.
이남우, 정미영: 저도 그래요.
정미영: 그 동안 선을 긋고 생각하지 않으려 했던 문제에 대해 고민하는 계기가 됐습니다.
이남우: 사회적이나 철학적인 문제를 말씀하시는 거죠.
정미영: 그렇죠.
노우경: 할 일이 많아지니까 기회도 더 많아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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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자라고 해서 반드시 SI나 웹 프로젝트만 하라는 법은 없으니까요.
노우경: 예. 개발이나 공부 거리가 더 늘어났구요.
이남우: 다음 번에는 마이크로프로젝트로 절 도와 주세요. (웃음)

개발자들이 이런 새로운 일들을 많이 발견하고 시도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긴 시간 인터뷰에 참여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인터뷰이 소개(가나다 순)]

노우경: 이 인터뷰에 나왔던 몇몇 개발자들의 친구다. 가끔 미투데이에서 논다.

이남우: 주 이틀은 온라인 학습 생태계에 자원봉사, 주 사흘은 생계를 위해 온네트에 출근하고 있다. 주 2회 RoR 스터디를 통해 웹 개발도 배우기 시작했다. 마이태그는 다양성, 환경, 웹2.0, 대안교육 등이다.

정미영: 전, 현직 웹 개발자라 불림. 재미있는 밥줄 찾아다니기 실천 중 온라인 학습 생태계와 만나다! 주 30시간 근무로 주위의 부러움을 받는 나날을 보내고 있다.

[지난 인터뷰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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