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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을 위한 즐거운 컴퓨팅 환경 만들기”



흔히 프로그래밍을 어느 정도 성장한 후 할 수 있는 것 또는 직업을 위한 기능으로 생각합니다. 하지만 오늘날 노트북의 원형이라 할 수 있는 다이나북이나 객체지향 프로그래밍의 역사적 시초는 뜻밖에도 아이들을 위한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주역인 앨렌 케이를 시작으로 전 세계 수많은 사람이 앞으로 일어날 컴퓨터 혁명을 바라보며 아이들에 대한 교육을 위해 애쓰고 있습니다. 이번 인터뷰에서는 스퀵이란 프로그래밍 환경을 이용해 아이들에게 프로그래밍을 가르치는 연구를 하는 김승범 님을 만나보았습니다.

김승범 | 고려대학교 대학원 컴퓨터교육학과 InC 연구실
picxenk@gmail.com


 
  김승범 컴퓨터 교육 중 어느 분야를 공부하시나요.
제가 속한 InC(Informatics & Computing Education) 랩에는 CTG(정보영재팀), TMI(교수학습방법팀), ICE(교육과정평가팀), EPLE(교육용프로그래밍언어 및 환경지원팀) 이렇게 네 팀이 있는데 저는 TMI와 EPLE에서 공부하고 있습니다. EPLE에서는 교육용 프로그래밍 언어와 교육에 활용할 수 있는 로봇을 연구하는데, 주로 사용하는 교육용 프로그래밍 언어는 두리틀이라는 언어입니다. 두리틀은 일본에서 개발된 프로토타입 기반 언어로 다국어를 지원하도록 만들어져 InC 랩에서 지역화(l10n)를 하고 한국어 과정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또 3년 전부터 랩에서 스퀵(Squeak)에 관심을 두기 시작해 지금은 두리틀과 함께 사용하고 있구요. 그 외에도 일본의 교육용 프로그래밍 언어 연구팀들과 교류가 활발해 다양한 시도를 하는 중입니다. 저는 스퀵을 이용해 아이들에게 어떻게 프로그래밍을 가르칠까에 대해 중점을 두고 공부하고 있습니다.

현재 어떤 교육 활동을 하고 있나요.
올 5~6월에 초등학생 대상으로 재량 활동 시간에 스퀵 이토이(e-toy)를 가지고 컴퓨터 과학 수업을 했습니다. 최근에는 연세대 청년문화원과 연계해 대안학교 두 곳에서 프로그래밍 수업을 시작했고 12월까지 진행할 예정입니다. 그 이후로도 여러 활동을 기획 중입니다. 특히 그 동안 대안학교에 인문 계열 수업은 많았는데 과학 계열 수업이 적어 좋은 기회가 될 것 같습니다. 미국 MIT 미디어 랩에서 컴퓨터 클럽 하우스라는 이름으로 소외 계층을 대상으로 하는 컴퓨터 수업을 하고 있는데 같은 취지의 활동을 할 수 있다는 데 의의를 두고 있습니다. 공교육을 위한 연구를 주로 하다 보니 미처 신경을 쓰지 못하는 부분이었거든요.

공교육의 프로그래밍 교육 과정에서는 어떤 점이 고려되나요.
다음 교육 과정에 초중고 교과에 ‘정보’ 과목이 신설될 예정입니다. 취지는 응용 소프트웨어 활용 위주에서 벗어나 컴퓨터 과학의 기본 개념과 원리를 교육하자는 것인데요. 그 중 프로그래밍도 포함되고 이전보다 강조됩니다. 프로그래밍을 교육한다고 해서 C나 자바와 같은 언어를 어린 학생들에게 어떻게 가르치나 우려하는 사람도 많지만, InC 랩에서는 교육용 프로그래밍 언어를 프로그래밍 학습 수단으로 제시하고, 그 언어와 교육 과정 개발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교육용 프로그래밍 언어의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했는데 현재 학교 현실에 도입되려면 풀어야 할 문제가 많음을 발견했습니다. 요즘 스퀵의 사용성을 주제로 논문을 쓰고 있는데 그런 고민의 연장선에 있습니다.

어린 학생들이 기존의 프로그래밍 패러다임을 이해하기가 쉽지 않을 것 같은데…
예. 실제로 스퀵 이토이로 가르칠 때는 프로그래밍 패러다임을 억지로 전달하려 하지 않고 함수나 변수, 조건문 같은 용어도 되도록이면 쓰지 않습니다. 교육용 프로그래밍 언어는 응용 소프트웨어 개발보다는 활용적인 면이 강합니다. 다시 말하면 아이들이 그 도구를 통해 다른 지식을 익히거나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데 쓰는 특성이 있어 아이들이 개념이나 용어를 말하지는 못해도 도구를 가지고 놀면서 프로그래밍 패러다임이나 개념을 자연스럽게 느끼고 익히게 됩니다.

학생들은 어떤 반응을 보이나요.
아이들이 대부분 그냥 “재미있어요”라고만 이야기하는데 그 중에 나온 좀 구체적인 이야기를 소개하자면, 수업을 할 때 프로그래밍 개념을 구체적으로 설명하지는 않는데, “프로그래밍이 뭔지 알 것 같다”라고 말한 아이도 있었고 “자기가 시키는 대로 컴퓨터가 움직인다는 걸 알았다”, “평소에서 쓰는 소프트웨어가 만들어지는 방식을 알게 됐다”는 아이들도 있었습니다.

인상적인 경험이 있다면 소개해 주세요.
초등학생들을 보면 컴퓨터를 잘 다루는데 주로 게임을 합니다. 수업을 하고 나서 “컴퓨터는 게임을 하는 것이지, 자신이 게임을 만들 수 있을 줄은 전혀 몰랐다”고 말하는 아이들이 있었습니다. 자기들이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새로운 세계를 발견한 거죠. 그 전까지는 집중하지 못하고 말도 잘 듣지 않던 아이가 자기가 무언가를 만들 수 있다는 데 흥미를 보이고 적극적으로 변한 것이 기억에 남습니다. 또 하나 인상적이었던 것은 아이들에 대한 몇 가지 지금까지의 고정 관념이 깨진 경험이었습니다. 지난해 겨울 창의력 교실을 열었는데 학생들이 많이 모이지 않아 3, 4학년과 5, 6학년을 분반할 수 없는 상황이 됐습니다. 선생님들은 3, 4학년과 5, 6학년의 인지적 성장이 달라 같이 가르칠 수 없다고 말씀하셨는데 실제로 합반을 해 스퀵 이토이를 이용한 수업을 해 보니 걱정했던 격차가 크게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아이들의 집중 시간은 40분이라는 상식과 달리 당시에 하루에 연속 2시간의 수업을 했는데 아이들이 대부분 화장실 가는 것도 잊을 정도로 집중하는 모습을 보여준 것도 놀라웠습니다. 특히 그 집중력이 단순히 소비되는 것이 아니라 무엇인가를 만드는 데 쓰였다는 점에 큰 가능성을 두고 있습니다.

교육 도구들이 의도한 수업 효과를 내지 못하는 경우는 없었나요.
프로그래밍 교육의 목표 중 하나가 ‘문제 해결 능력 향상’인데 프로그래밍이나 관련 영역에서는 효과를 냈다는 사례는 계속 나오고 있지만 모든 영역에서 같은 효과를 볼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좀더 연구가 필요합니다. 특히 국내에서는 교육용 프로그래밍 언어를 이용한 수업을 시도한 지 채 5년이 되지 않아 학습 효과 유무에 대해 말하기는 아직은 어려운 것 같습니다.

학생들과 함께 하면서 개인적으로 얻은 것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저는 대학에 들어온 후 컴퓨터를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그 전까지는 몰랐구요. 윈도우와 리눅스를 같은 해에 동시에 배우기 시작했죠. 컴퓨터에 관심이 많아지면서 즐거웠고 실력이 뛰어난 분도 많이 만날 수 있었는데 긱(geek)이나 전문 개발자가 되는 것보다는 사람들과 함께 공부하면서 맺는 관계가 좋았고 그런 활동이 제게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경험이 지금까지 이어진 것 같구요. 앞서 이야기했듯이 컴퓨터를 게임기로만 알던 아이들이 그 내부에 대해 관심을 갖게 하는 데 보람을 느끼고 있고 이런 형태의 교육이 컴퓨팅의 여러 영역 중에서 중요한 위치에 자리하리라 생각합니다. 특히 일반 사용자(end user)들도 할 수 있는 프로그래밍 교육이 중요해지리라 봅니다.

(인터뷰 도중 김승범 님의 InC 랩 후배인 박동희 님이 합류했습니다.)

어떤 면에서 중요할까요.
김승범: 일반 사용자를 위한 프로그래밍 교육이란 자신의 분야에서 컴퓨팅 능력을 이용하고 싶어 하는 사람을 위한 교육을 말합니다. 프로그래밍이 직업을 위한 기능이나 문제 해결 능력을 넘어서 삶을 위한 소양 중 한 가지가 되는 것이죠. 전문적이 아니더라도 자신의 생각을 프로그래밍을 이용해 기본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사람이 많은 사회와 그렇지 않은 사회는 차이가 생기리라 예상합니다. 누구나 기초적인 프로그래밍을 할 수 있는 사회가 되면 소프트웨어 개발 패러다임에도 큰 변화가 있을 것이고 앨런 케이가 이야기했던 ‘컴퓨터 혁명(Computer Revolution)’에 다가갈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런 이상을 뒷받침할 수 있는 증거를 만들고 싶고 그렇게 되기 위해 실제적인 노력을 하고 싶습니다.

가장 감명을 받은 소스 코드는 무엇인가요.
최근 들어 스퀵 소스 코드를 열심히 보고 있는데 스퀵으로 개발을 하다 보면 언어의 핵심부부터 라이브러리, 그 위에서 동작하는 응용 소프트웨어의 코드들을 자연스럽게 읽게 됩니다. 스퀵의 특성상 궁금한 메서드가 있을 때 전체 시스템 내에서 그 메서드가 어디에 어떻게 구현되어 있는지, 어떻게 쓰이는지 쉽게 찾을 수 있는데 그 과정에서 많은 영감을 얻습니다. 코드 스스로가 문서 기능을 충분히 하고 그것을 읽는 것 자체가 재미있는 공부가 되는 이상적인 환경이라 할 수 있습니다.
박동희: 스퀵 소스를 보다 보면 필요한 아이디어가 이미 그 안에 비슷하게 구현되어 있는 걸 보고 놀랄 때가 있습니다. 전에는 필요한 게 생기면 다른 데서 가져오거나 직접 구현해야 했는데 스퀵으로 개발할 때는 이미 스퀵 안에 있는 것을 필요에 맞게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 신선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최근 개발되고 있는 메타 시스템 쪽에 관심이 있습니다.

스몰토크가 널리 쓰이지는 않지만 다른 언어에 많은 영향을 미쳤는데 앞으로도 영향력을 발휘한다면 어떤 모습으로 나타날 거라 보시나요.
박동희: 대부분의 시스템이 시간이 지나면서 복잡해지는 반면 스몰토크는 역사가 오래 됐지만 단순하면서도 일관된 구조를 유지하고 있는데 그런 점이 영향을 줄 것 같습니다. 크로켓 같은 실험도 인상적이구요.

해외 컨퍼런스들을 다니시면서 앨런 케이, 워드 커닝엄, 켄트 벡 등 개발자 세계의 위대한 스승들을 만나셨는데 운이 좋았다고 생각하시나요, 아니면 노력의 결과라고 생각하시나요.
우연히 스퀵을 알게 되고 배우면서 그로 인해 훌륭한 분들을 만날 기회가 생겼는데 그런 면에서 보면 운 같습니다. 예전에 르네상스 클럽이라는 모임에서 CRC 카드를 배우고 나서 CRC 카드만큼 간결한 언어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다 스몰토크를 알게 됐고 스몰토크에 대해 자료를 찾다 스몰토크 구현체의 하나인 스퀵을 알게 된 것인데요. 해외 컨퍼런스를 다니기 시작한 것도 스퀵 때문입니다. 다만 노력한 부분이 있다면 그런 훌륭한 분들과 만날 수 있게 약간의 준비를 한 것을 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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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 시절 생명과학을 공부하셨죠. 프로그래밍 공부에 어떤 영향을 미쳤다고 보시나요.
생명과학에는 예외가 많습니다. 물론 프로그래밍의 예외와는 다른 범주입니다. ‘생명체는 이렇다’라고 정의를 내리는 순간, 그것을 뒤집는 사례가 발견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생명과학을 공부하면서 고정 관념에서 벗어나는 데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

앞으로 계획은 무엇인가요.
최종 사용자 프로그래밍(end user programming) 분야를 계속 공부하고 싶습니다. 누구나 한 대 이상씩 컴퓨터를 쓰는 시대에 컴퓨터로 무언가를 만들고 싶어하는 필요와 관심이 계속 높아질 텐데 그에 대한 연구가 국내에서는 아직 부족한 것 같습니다. 결국은 컴퓨터를 똑똑하게 만들기보다는 컴퓨터를 이용해 사람을 더 똑똑하게 만드는 걸 돕고 싶습니다.



[김승범 소개] 한국스퀵사용자모임을 운영하고 있고, 고려대학교 대학원 컴퓨터교육학과 InC 연구실에서 스퀵을 이용한 프로그래밍 교육을 연구하고 있다. 일반 사용자, 특히 아이들을 위한 컴퓨팅 환경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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