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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이해하는 컴퓨팅을 꿈꾼다”



컴퓨터 기술이 계속 발전하고는 있지만 맥락에 맞고, 의미 있는 정보를 찾는 것은 여전히 어려운 일입니다. 이번 인터뷰에서는 정보 마이닝과 시맨틱 웹 솔루션을 개발하는 솔트룩스의 이경일 님을 만나 ‘정보 더미 속에서 의미 찾기’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이경일 | 솔트룩스 대표이사
tony@saltlux.com


 
  이경일 그동안 어떤 일들을 하셨는지 소개 부탁 드립니다.
학부 전공은 전기전자였고 주로 반도체, 전자 쪽을 공부했습니다. 프로그래밍을 시작한 것은 중학생 때부터였고 대학교에 들어가서도 개발하는 것을 좋아했습니다. 그러다 대학 4학년 때 상용 소프트웨어를 처음으로 개발했습니다. '오경박사'와 '바벨'이라는 자동 번역 소프트웨어였는데 주요 PC통신사를 통해 배포됐습니다. 대학원에서는 시뮬레이션을 공부했습니다. 방대한 물리 현상을 해석하는 것이었는데 미분 방정식을 푸는 것이 주 분야였습니다. LG 연구소에 들어가서는 시뮬레이션과 자연 언어 처리를 연구했고요. 연구소를 나와 시스메타라는 회사를 창업해 운영하다 모비코와 합병해 솔트룩스로 사명을 바꾸었습니다. 전공이나 경력은 대강 이렇습니다. 개발에 한창 열심이던 시절에는 사흘 동안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고 한숨도 자지 않으면서 폐인 수준(?)으로 개발만 했던 기억이 납니다. (웃음)  
자연 언어 처리를 공부한 동기는 무엇인가요.
시작은 대학교 4학년 때 벤처 기업을 설립해 기술 이사를 맡으면서부터라고 볼 수 있습니다. 산업계에서는 초창기 세대에 속하는 셈인데 그 때 경험이 LG 연구소에서 일할 때 큰 도움이 됐습니다. 동기는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대학 4학년 때 지금의 아내를 만나면서 아내를 위해(?) 일을 할 필요를 느꼈기 때문입니다.(웃음) 여러 개발 작업 중에서 언어 처리가 가장 재미있었습니다. 대학 2학년 때 컴파일러를 만들면서 인공 언어 처리에 흥미를 느낀 게 계기였고 그러다 4학년 때 우연히 일본에서 만든 자동 번역 소프트웨어를 봤습니다. 당시에는 공부가 깊지 못해 자연 언어 처리가 컴파일러와 비슷해 해볼만하겠다는 생각이 들어 개발을 시작했는데 첫 제품이 나오기까지 1년이 걸렸습니다. 지나고 보니 사람의 말은 기계의 말과 매우 다르고 자연 언어의 복잡성, 모호성, 불규칙성을 처리하려면 매우 많은 지식과 정보가 필요하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자연 언어 처리의 매력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매력을 들자면, 누구나 공감하는 것인데 소프트웨어의 미래상인 사람을 이해하고, 사람과 소통하는, 사람 같은 소프트웨어를 만들려면 인간 언어를 이해하는 것이 그 출발점이고 중요한 길목 기술 중 하나라는 점입니다. 또 정보 검색이란 소프트웨어가 사람의 말을 이해하는 것이기 때문에 정보 검색 성능을 높이려면 언어 처리 능력이 향상되어야 합니다. 그런 측면에서 한국어와 한글이라는 말과 글의 독창성에서 오는 매력이 있고, 산업적으로도 독립적인 경쟁력을 키울 수 있는 분야입니다.

언어 처리에서 시작해 텍스트 마이닝, 시맨틱 웹으로 관심을 넓히셨군요.
예. 텍스트 마이닝은 언어 처리에서 더 깊숙하게 들어간 분야입니다. 통상의 정보 검색이 동일한 키워드를 포함한 문서를 찾는 것이라면 텍스트 마이닝은 문서를 분석해 좀더 의미 있는 데이터를 찾고 만들어내는 것이니까요. 그래서 텍스트 마이닝에는 언어 처리 기술과 방대한 언어 지식이나 자원이 필요합니다. 시맨틱 웹은 2002년에 시작해 많은 투자를 하고 있습니다.

언어 처리란 것이 크게 보면 한 나라의 말글살이와 관련 있는 것인데 어떤 협력 활동이 있나요.
언어음성정보산업협의회라는 협력체가 있고 정보통신부의 지원도 있습니다. 한국어 처리 능력이 국가 경쟁력 향상에 중요한 요소니까요. 50여 개 사가 활동하면서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이 분야는 특히 기술 깊이가 깊은 분야라서 산학연이나 정부와 협력이 좋은 편입니다.

시맨틱 웹을 위한 기술이 어렵고 비싸다는 지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
기술 난이도와 가용성 측면에서 보면 쉽지 않은 기술인 것 같습니다. 시맨틱 웹 자체가 응용 기술이라기보다는 기반 구조에 가까워 체계와 패러다임이 변해야 하기 때문에 큰 틀을 전반적으로 이해하기가 쉽지 않은 분야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 중심', '간단한 삶', '유비쿼터스 컴퓨팅'이라는 차세대 IT 트렌드에 맞는 기술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사람들은 점점 더 단순한 삶을 살고 싶어 합니다. 5, 6년 전만 해도 리모컨에 버튼이 가득했는데 지금은 버튼은 줄고 화면에서 메뉴를 통해 조작하게 바뀐 것을 예로 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기계의 인터페이스가 단순해질수록 기계는 사람의 의도를 잘 이해해야 합니다. 기계의 지능화라고 할 수 있고, 상황 인지 능력이 향상되는 것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언제 완성될지는 모르지만 컴퓨팅 환경은 점점 유비쿼터스화 되고 있습니다. 도처에서 수없이 많은 정보가 만들어질 텐데 그것을 처리하는 방식이 관건이 될 것입니다. 이 세 가지 요소의 공통분모를 찾아보면 기계가 사람을 좀더 이해하고 사람의 요구를 적절히 처리하는 것인데 이것이 바로 시맨틱 웹의 핵심 목표이고 시맨틱 웹 기술이 이를 위한 핵심 요소 기술로 사용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럼, 웹 2.0 기술을 일종의 과도기적 기술로 볼 수 있을까요.
그에 대해서는 굉장히 다양한 의견이 있습니다. 시맨틱 웹과 웹 2.0은 관점이 약간 다른 것 같습니다. 시맨틱 웹 2.0은 앞으로의 기술적 비전이라는 관점에서 표준화를 시작하면서 나온 것이라 볼 수 있고 웹 2.0은 사업적 관점에서 본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어떤 것이 과도기적이라거나 선행한다거나 두 가지를 비교해 어느 한 쪽을 채택하는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철저히 상호 보완적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중립적인 관점에서 볼 때 웹 2.0이 거품에서 살아남은 기업들의 공통점, 즉 현재의 성공 요소라면, 시맨틱 웹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기술 개발과 표준화 작업, 개척자들의 사업 전개와 탐색이라 할 수 있습니다. 두 가지의 출발점이 다른 것이라 볼 수 있죠. 시맨틱 웹은 패러다임이 바뀌는 것이기 때문에 이러한 전환에는 깊은 틈새를 뛰어넘는 모험과 사용자를 만족시키려는 다양한 시도와 적용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지난번에 열린 ISWC(International Semantic Web Conference)에서 팀 버너스 리가 둘의 관계를 “웹 2.0 없이 시맨틱 웹 그 자체로도 좋지만 웹 2.0과 같이 하면 더 좋다”라고 정리한 적이 있는데 저 역시 공감합니다. 웹 2.0에서 말하는 기술들이 시맨틱 웹과 결합하면 상승효과를 낼 수 있을 것입니다.

시맨틱 웹이 제시하는 비전을 이루려면 현실적인 어려움이 클 것 같습니다.
시맨틱 웹 기술과 시맨틱 기술로 나눠 볼 필요가 있는데 시맨틱 기술이 들어갈 수 있는 분야가 다양해지고 있습니다. 현재 통신 시장이나 기업 시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영역이 빠르게 늘어나면서 지난해부터 시맨틱 웹 관련 사업이 활성화되고 있고 고객 요구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W3C에서 제시한 차세대 웹의 이상을 실현하는 단계에 이르려면 굉장히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단계적으로 글로벌 네트워크를 통해 역량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팀 버너스 리가 1989년 웹을 제안하고 본격적으로 산업화된 때가 2000년입니다. 11년이 걸렸죠. 시맨틱 웹은 표준화가 시작된 지 이제 3년이 됐을 뿐이기 때문에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봅니다. 빠르면 2010년부터는 시맨틱 웹과 관련한 사업 모델이 나오면서 사용자들에게도 영향을 주기 시작하지 않을까 예상합니다. 그 동안에 개척자들이 감수해야 할 어려움은 사용자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기술을 찾아야 하고 그 과정에서 우리 개발자들도 깊은 이해와 지식을 확보해 장기적인 경쟁력을 키우는 것이겠죠.

시맨틱 기술을 기업 지식 관리 시스템에 적용하는 시도도 그 맥락인가요.
예. 시맨틱 웹은 지식 표현 기술이기도 합니다. 현재의 지식 관리 시스템은 게시판에 검색 엔진이 결합된 형태인데 그 안에 들어있는 정보는 기계가 처리, 이해할 수 없는 것입니다. 기계가 정보를 처리, 이해해 사람을 도우려면 시맨틱 기술이 필요하고 시맨틱 기술을 지식 관리 시스템에 도입, 적용하려는 것은 세계적인 추세라 할 수 있습니다. 지식화 사회로 진행하는 과정에서 기계의 정보 처리력은 매우 중요한 요소입니다. 지식을 처리하려면 우선 지식을 표현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그 때 필요한 것이 시맨틱 기술이고 매우 중요한 요소 기술이라 할 수 있습니다.

다른 주제로 옮겨가 볼까 합니다. 개발자들에게도 글쓰기 능력 같은 표현 능력이 중요하다는 의견을 최근 들어 자주 볼 수 있습니다. 어떤 의견을 가지고 계신가요.
해외의 베테랑 개발자들을 보면 개발 능력뿐만 아니라 글쓰기에도 탁월합니다. 글쓰기는 그냥 얻어지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그리고 말하기와도 연결되어 있고요. 두 가지 다 결국 자신의 생각, 경험, 주장을 다른 사람에게 논리 있게 표현하는 것인데 이것은 타고날 수도 있겠지만 무엇보다도 학습과 노력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외국 친구들과 일하면서 경험한 것이 하나 있는데 개발 작업과 문서 작업이 별개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제 자신도 반성하는 것이지만 한국에서는 개발 결과와 문서가 따로따로인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 개발 결과가 좋은 성과를 내기도 하지만 일을 마친 후 그 결과물을 다른 사람과 공유하는 것이 필요한데 그 기록이 일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나오는 게 아니라 일을 다 하고 나서 숙제하듯이 써내기 때문에 내용이 충실하지 않고 다른 사람이 이해할 수 없는 것이 되어 버립니다. 그로 인해 '바퀴를 다시 만드는' 악순환이 일어나고요. 앞으로 개발자들에게 경쟁력으로서 점점 중요해지는 것은 바로 글쓰기 연습과 글쓰기의 일상화, 글을 통한 자신의 성과 공유가 될 것이고 이러한 것들이 새로운 도전 과제입니다.

아하가족성장연구소 이사나 1% 나눔 운동 같은 IT 이외의 활동도 하시는데 간단히 소개해 주세요.
아하가족성장연구소는 솔트룩스에서 현재 기술 자문 및 코칭을 하는 김온양 전 대표님이 설립한 연구소인데 제가 든든한 경제적 후원을 해주기를 바라시는 것 같습니다.(웃음) 1% 나눔 운동은 임직원의 매월 급여 1%를 1년간 모으고 더불어 같은 금액만큼 회사에서도 기부하는 형식으로 나눔 계좌에 기금을 모으는 운동입니다. 이 운동은 행복이란 문제에 대해 고민하다 생각해낸 것입니다. 사람들은 뭔가에 기여할 때 행복을 느끼니까요.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해 주어 현재 기금이 꽤 많이 모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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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에 추구하시는 것이 있다면.
올해 화두는 영성(spirit)입니다. 영성이라는 것이 꼭 종교적인 것을 뜻하는 것은 아닙니다. 기업에서도 이제 기능적인 것만이 아니라 정신적인 만족, 성공, 자아 성취 등이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회사의 영성이 무엇인가, 제 영성이 무엇인지 찾고 있습니다.



[이경일 소개] 대학 4학년 때 자동 번역 소프트웨어인 '오경박사'와 '바벨'을 개발한 이후 언어 처리와 정보 마이닝 분야만 ‘파고’ 있으며 요즘에는 시맨틱 웹의 비전을 현실에서 실현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IBM developerWorks의 개발자 인터뷰가 릴레이 인터뷰 형식으로 변경되었습니다. 다음 인터뷰 대상자는 허광남님입니다. 다음 인터뷰도 많은 기대 바랍니다. [지난 인터뷰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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